"엄마는 세계를, 저는 엄마를 여행한 것 같아요"

최윤아 기자 2016. 7.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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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세계일주' 태원준씨 남편·친정어머니 여읜 엄마 위로.. 500일 70개국 200여 도시 누벼 3권으로 엮은 책 베스트셀러로.. "부모와 갈만한 곳, 대만" 추천도

500일이 넘는 일정, 70개국 200여 도시를 넉넉지 않은 경비로 넘나드는 고단한 배낭여행. 죽마고우나 연인과도 쉽지 않은 이 여행을 환갑 엄마와 함께한 청년이 있다. 여행 작가 태원준(34)씨다.

태씨는 2012년 2월부터 12월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2014년엔 8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남미 대륙을 어머니 한동익(64)씨와 여행했다. 3권의 책으로 출간된 이들의 여행기는 지금까지 총 20만여권이 팔려 여행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다.

태씨가 처음 배낭을 꾸린 건 엄마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환갑을 앞두고 있던 한씨는 3년 동안 친정 어머니와 남편을 연이어 떠나보냈다. 아들은 그런 엄마의 손에 직접 만든 '세계 여행권'을 쥐여줬다. "대학에 입학하고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났어요. 그러면서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게 됐죠. 여행으로 엄마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고 싶었어요."

엄마는 망설였다. 적지 않은 나이, 40㎏도 되지 않는 체구로 여행하다 병에 걸리지는 않을지, 30년간 운영해 온 음식점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 밀려왔다. 그런 엄마에게 아들은 석 달간 틈날 때마다 여행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여주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엄마는 승낙했고, 모자(母子)는 엄마의 예순한 번째 생일 이틀 뒤 첫 여행지 중국으로 출발했다.

아들은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의 모습을 봤다. 수줍음 많던 엄마가 중국 베이징의 톈탄(天壇)공원에서 배낭을 내던지고 달려가 무아지경으로 춤을 출 때, 외국인에게 "콜미 동익"이라며 먼저 말을 건넬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여행 도중 엄마에게서 "아들,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궁금해졌어"라는 말을 들었을 땐 눈물이 핑 돌았단다. "엄마가 세계를 여행할 동안 저는 엄마를 여행한 것 같아요."

10여 개월 동안 1탄 격인 유라시아 여행을 끝마치고 오자 이번엔 엄마가 아들을 설득했다. "아들, 남미가 그렇게 좋대." 결국 또 한 번 배낭을 꾸렸다.

남미는 매혹적이었지만 위험했다. 아들이 햄버거를 사러 간 사이 엄마는 눈 뜨고 노트북과 카메라를 도둑맞기도 했다. 심하게 자책하던 엄마를 백화점으로 데려간 아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건 다 살 수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여행하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했다.

모자 사이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수수료가 싼 ATM기를 30분 동안 찾아 헤매던 아들에게 엄마가 꽥 소리를 지르고 고된 일정에 지쳐 닷새 동안 각자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씨는 "자식과 여행할 때는 자식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며 "잔소리하기 시작하면 여행을 망치기 쉽다"고 했다.

휴가철을 맞아 두 사람에게 부모와 함께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를 골라 달라고 했다. "대만의 타이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씨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해 볼거리가 많고 음식도 입에 잘 맞는 편"이라고 했다. 태씨는 "외국에 나가면 언어가 서툰 부모님은 불안해하고 자식은 '잘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낸다"며 "여행지 선정도 중요하지만 9박 10일 정도로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야 여유롭게 서로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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