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않고 도전하다보니 42.195km 완주했죠"

김훈남 기자 2016. 7. 18.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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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인터뷰]'파킨슨병과 싸우는 마라토너' 동대문서 행정관 최양수씨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피플인터뷰]'파킨슨병과 싸우는 마라토너' 동대문서 행정관 최양수씨]

서울 동대문경찰서 행정관 최양수씨(47)가 15일 동대문서에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4월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 배트맨이 등장했다. 양손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방지 등 4대악 척결 구호를 새긴 깃발을 들었다. 그냥도 힘든 코스를 배트맨 복장에 깃발까지 들고 뛴 그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행정관 최양수씨(47)다.

최씨에게 첫 불행이 온 것은 21살 군 시절이었다. 훈련 중 머리 부상으로 3차례 뇌수술을 받고 제대했다. 뇌척수가 배출되지 못하는 장애가 남았다. 일상으로 돌아온 최씨는 공부 끝에 1993년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다. 신용카드 전산업무를 맡았다. 2년 뒤 다른 대기업 신용카드 사업 창립 멤버로 자리를 옮겼지만, 1999년 머릿속 상처가 재발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았다. 재수술과 함께 회사도 기울었다. 오너의 무리한 경영으로 회사가 다른 기업에 넘어갔고, 새 주인은 '물갈이'를 원했다. 칼바람은 팀장이던 최씨에게도 불었다. 2002년 아픈 몸으로 회사를 나왔다.

"막막했죠. 일단 중소기업에 취직했는데 장애가 있다 보니 안정적인 일을 찾아야 했어요. 아내가 '손기술이 좋으니 용접을 배워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기술을 배우는 생활이 시작됐다. 최씨는 "직업훈련원 6개월 과정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며 "6개월 교육으론 부족하다 싶어 전문대학 2년과정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7년 준비 끝에 서울지방경찰청 기능직에 합격했고, 카드사 근무 경력을 인정받아 전산행정업무로 옮겼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행정관 최양수씨(47)가 15일 동대문서에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어느 날 식사를 다 해놓고 아내에게 '왜 밥을 안주냐'며 화를 냈어요. 상을 치우던 아내가 깜짝 놀랐죠"

2년전쯤 건망증이 생기고 다리에 쥐가 났다. 손마저 떨렸다. 진단은 '파킨슨병'. 현재 의학으론 치료하기 어려운, 무서운 병이 최씨를 덮쳤다. 최씨는 "처음엔 파킨슨병이 무슨 병인지도 몰랐다"며 "진단 이후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굳어가는 근육을 막고, 독서와 공부로 뇌를 자극해야만 증세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최씨는 매일 새벽 경찰서 체력단련장에 나가길 반복하다, '마라톤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그런 걸 왜하냐' 싶었죠. 그래도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10㎞ 대회에 출전했는데 큰코다쳤죠. 인터넷에서 달리는 법을 찾아보고 1년에 3~4번 대회에 출전했더니 자신감도 생겼죠"

최씨는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기록은 5시간 7분. 이어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배려해준 경찰조직에 보답하고 싶었다. 서울청에서 진행한 '선선선' 지키기 운동을 깃발로 만들어 들고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최씨는 "경찰 사업을 깃발로 만들어 들고 뛰었더니 기분이 좋더라"라며 "배려만 받았던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선 4대악 척결 깃발을 들고, 자녀들이 좋아할 만한 배트맨 복장을 했다.

"아주 유명인사가 됐어요. 사람들이 많이 반겨주고 알아봤죠. 파킨슨병으로 잃었던 자신감도 많이 되찾았고요"

최씨는 사이버대학에도 편입, 군시절 부상으로 못다 한 대학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다른 대학 정보통신과에 이어 소방방재학을 공부하고 있다. 성적은 형편없지만 뇌세포를 자극하는 데 만족한다고 한다.

"포기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니, 공직에도 들어오고 마라톤 완주도 했죠"

올해 고3인 맏딸이 건강하게 수험생활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최씨. 11살, 9살 난 두 아들과 축구할 때까지 건강하겠다고 했다. 최씨는 오는 가을 춘천에서 열리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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