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만명에 이발봉사' 머리 깎는 경찰관 김종후 경위
도내 요양병원·군부대서 1천800시간 봉사…"퇴직 후 봉사단 만드는 게 꿈"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언제 오나 기다리시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손 떨릴 때까지는 봉사 계속해야죠."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동산파출소에 근무하는 김종후(53) 경위는 올해로 5년째 매일 같이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교대 근무를 하는 김 경위는 주간근무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 휴무 날이나 야간근무 날이면 어김없이 도내 요양병원이나 군부대를 찾아 환자와 군인의 머리를 깎는다.
지금까지 김 경위의 손을 거쳐 간 사람만 해도 2만여명에 달한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가량 주간근무를 하는 날을 제외하면 매일 봉사를 하고 있다"며 "잘 깎인 머리를 보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미소를 보면 오히려 제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김 경위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파킨슨병을 앓는 장인을 문병하러 갔다가 '한사랑봉사단' 회원들을 만나면서다.
그는 "장인어른이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셔서 병원에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이발봉사를 하는 분들을 만났다"며 "문득 군에서 이발병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살려 봉사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봉사를 시작했다"고 이발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경위는 한사랑봉사단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용기술을 다시 익힌 뒤 2011년 11월 35사단 훈련소에서 첫 봉사를 시작했다.
20년 만에 가위를 잡아 서툴렀던 솜씨는 봉사 시간이 늘어날수록 일취월장해 이제는 봉사단에 온 신입 회원을 가르쳐 줄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김 경위는 고된 경찰 업무에 봉사를 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봉사하며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묵묵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번은 요양병원에 갔는데 전직 경찰분이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그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급한 일로 봉사를 가지 못하면 저를 항상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봉사를 쉴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경위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봉사 정신에 영향을 받아 봉사활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대학생인데 얼마 전 제대를 했다. 여태껏 몰랐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목욕봉사도 다니고 봉사동아리에 가입해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며 "'아버지 하시는 모습 보고 자연스레 봉사를 시작했다'는 말에 좋은 것을 물려줬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퇴직 후에도 봉사활동을 쭉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는 "봉사를 하면서 제 삶이 많이 변화됐고, 봉사를 받는 분보다 더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마디로 봉사에 중독된 것 같다. 퇴직 후에는 봉사단을 만들어 더 열심히 봉사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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