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처럼, 火星탐사 이끄는 영문과 출신 한국계 여성 '오 박사'

박건형 기자 입력 2016. 7. 1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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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 NASA 소프트웨어 총괄 제인 오 美 유학중 소프트웨어 개발 눈떠 "우주선 발사 보고 NASA 도전" 火星 거주지 건설 최전선에 한국선 女공학자 육성 쉽지않아.. '뭔가 만드는 건 남자몫' 편견 탓
제인 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는 13일“한국도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오 박사가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화성 탐사 로봇 상상도.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마션'은 화성(火星)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 위트니의 생존기를 그렸다. 첨단 장비와 거대한 막사, 화성 자동차 등이 등장하는 '마션'은 공상과학(SF) 영화이지만, 허황된 얘기는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실제 추진하고 있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인 여성 프로그래머인 제인 오(57·한국명 장미정)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박사는 '마스(Mars·화성) 2020'으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의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이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다. 컴맹이었던 영문학도가 어떻게 화성 거주지 건설이라는 거대한 도전의 최전선에 서게 됐을까.

오 박사는 13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매달리는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3년 남편과 함께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컴퓨터의 존재도 몰랐다. 당시 한국은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디트로이트대 대학원에서 처음 본 컴퓨터는 신세계였다. 그는 "기술 쪽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프로그램 개발이 적성에 잘 맞았다"면서 "잘 때도 컴퓨터를 끌어안고 잘 정도였다"고 말했다.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GM, 포드 등에서 프로그램 개발 책임자로 일했고, 2001년 웨인 주립대 교수가 됐다. 2003년 그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NASA의 현장 교육에 참가했다가 화성 탐사 로봇인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의 발사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오 박사는 "어릴 때 흑백TV로 봤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이 떠올랐고, 곧바로 우주 탐사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NASA에 제출해 입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NASA에 들어온 이후에는 싫증을 낼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스 2020은 NASA가 구상하는 화성 거주지 건설의 첫 단계이다. 우선 2020년 화성에 탐사 로봇을 보내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한다. 여기에만 2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다. 2단계에서는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화성에 생명체가 살았는지, 살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한다. 이어 2030년에는 유인(有人) 탐사선을 보내 화성 거주지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오 박사는 프로젝트의 핵심인 탐사 로봇 프로그램과 원격 조종 프로그램 개발을 총괄한다. 200명 가까운 프로그래머가 매달리고 있다. 그는 "탐사 로봇이 화성에 서 이동하고 샘플을 채취하는 모든 상황 하나하나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마션'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는 아직 계획에 없다.

오 박사는 "우주 탐사는 백지에 무언가를 그리는 일"이라고 했다.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을 하고 그걸 실현할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오 박사는 "한국도 달 탐사 등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더 많은 여성 공학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 아니라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 공학자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블록을 잘 만드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움직이는 것을 만들거나 더 큰 것을 만드는 데 도전하도록 격려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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