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돌보다 이젠 노인 무릎 치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6. 7. 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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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성천賞 김인권 명예원장 1980년부터.. 수술비는 절반만 "찾아오는 환자는 무조건 치료"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젊음을 바치겠다."

젊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1980년 아내와 생후 60일 된 딸을 데리고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 공중보건의로 갔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6개월간 이곳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그를 여기로 이끌었다. 주위에서는 긴 의사 생활에서 3년 정도 봉사생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날 이후 오로지 제대로 걷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바쳐졌다.

11일 제4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인권(65)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의 이야기다. 이 상은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JW그룹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사장을 기려 2012년 제정했다.

김 명예원장은 공중보건의를 마칠 무렵 "한센병 환자와 소아마비 장애인의 선천성 골격 기형 치료에 내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사회복지법인 여수애양병원이었다. 선교사가 한센병 환자를 치료한 것이 계기가 돼 국내 최초의 한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 원장은 1983년 여수애양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센병과 소아마비 환자 치료에 집중하다가 백신 보급으로 환자가 줄어들자 1990년대에 인공관절수술로 방향을 틀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서 허리와 고관절,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찾아오는 환자는 무조건 치료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수술비는 다른 병원의 절반만 받았다. 이 때문에 병원 접수창구를 열기 전부터 수십 명이 대기할 정도로 환자가 몰렸다. 김 명예원장은 "개인적인 욕심을 조금 버리고 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으로 이 길을 택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20건의 수술을 하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다음 달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성천상 시상식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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