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족 찾아주려 뛴다' 부평서 박한철 경위

2016. 7. 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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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아동 실종자는 흔적 찾기 어려워"

"치매 노인·아동 실종자는 흔적 찾기 어려워"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실종자를 찾은 순간보다 가족과 함께 만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차죠"

인천 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한철 경위는 오늘도 누군가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올해로 경찰 생활 11년 차인 박 경위는 여청계에 몸담은 약 1년 6개월 동안 실종자 중에서도 치매 노인·아동·장애인을 도맡았다.

추적 단서가 비교적 많은 성인 실종자와 달리 치매 노인이나 아이들은 뚜렷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노인이나 아동 실종자들은 흔히 별다른 목적지 없이 한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 '직진성'을 띤다. 그래서 행동반경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흔한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기록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경찰은 폐쇄회로(CC)TV 추적과 수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 빨리 찾을 수는 없느냐"는 가족의 걱정도 어깨를 무겁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박 경위는 "무엇보다 동선을 알 수 있는 CCTV가 중요한데 심지어 민간에서 따로 놓은 사설 CCTV는 우리 일도 아닌데 왜 보여줘야 하느냐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시가 바쁜 수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이틀 만에 치매 노인을 찾아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노인분이 백운역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CCTV를 확인한 뒤 골목골목의 CCTV를 모두 추적해 숭의대역에 내리는 화면까지 어렵사리 동선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실종 수사의 가장 중요한 단서로 기초 면담 수사를 꼽았다.

부평경찰서에는 1년에만 800건이 넘는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데 박 경위를 비롯한 경찰 4명이 한 명당 2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한다.

대다수 사건은 보호 신고 등에 힘입어 조기에 해결되지만 약 5∼10%는 장기 실종 사건으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 성향, 취미, 직업, 애인 여부 등 실종자의 신상을 많이 알면 알수록 초기 수색 범위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실종자가 새벽 1시에 어디서 누구와 뭘 할 것인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추정하기 어려운 정보"라며 "예를 들면 치매 노인의 경우 대중교통을 탈 만한 지각 능력이 있으신지도 경찰에게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뛰며 선배들의 수사 노하우를 익혀 온 박 경위의 올해 다짐은 '성의 있게 수사하자'다.

그는 지난해 치매로 집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와 시각 장애인 아들이 19년 만에 상봉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실종 담당 이민우 경사와 함께 무연고 치매 노인의 신원 확인을 위해 부평구내 보호시설 3∼4곳을 돌던 중 가족을 잃은 A(92·여)씨를 만났다.

어렵사리 채취한 A씨의 지문을 확인하고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은 끝에 찾은 아들은 어머니와 겨우 7km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었다.

박 경위는 "운이 좋았던 경우여서 내가 잘한 거라고 볼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올해도 그때처럼 한명 한명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수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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