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들 보고 다짐" 여중생 집단성폭행 4년 추적한 경찰

신훈 기자 2016. 6.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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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서울 도봉경찰서 형사과 소속이던 김장수(46) 경위는 다른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충격적인 첩보를 입수했다. 고등학생들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경위는 수소문한 끝에 피해 여학생들을 면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학생들은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려 진술이 어려웠다. 수사보다 치료가 우선인 상황이었다. 김 경위는 학생들을 상담센터에 연결해주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김 경위는 피해 학생은 물론 학생 부모와도 상담하는 등 지난 4년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졌다.

2014년 성북경찰서로 전출을 간 김 경위는 올해 2월 인사 때 다시 도봉경찰서로 자원해 돌아왔다.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묻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여성청소년수사팀 근무도 자원했다.

지속적인 면담과 심리 치료를 받은 피해 학생들은 지난 3월 마침내 고소장을 접수했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어려움은 여전했다. 피해 학생들은 구체적인 범행 일시와 개요를 기억하지 못했다. 단서라고는 성폭행 가담자 5~6명의 이름뿐이었다. 김 경위는 이름을 단서로 피의자들을 하나둘 찾아냈다. 22명에 달하는 피의자를 검거한 끝에 사건의 전말을 파헤칠 수 있었다. 내사에 착수한 지 4년만의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5년 전 고등학생 22명이 동네 뒷산에 모여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전모를 드러냈다. 2011년 9월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모(21)씨 등은 골목에서 술을 마시던 여중생 A양과 B양에게 “학교에 얘기하겠다”고 협박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6일 뒤 김씨 등 11명은 여중생들을 동네 뒷산으로 불러냈고,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한 후 4명이 A양을 성폭행했다. 이들은 8일 뒤 A양과 B양을 같은 장소로 불러냈다. 이번엔 A양을 성폭행한 4명을 포함해 6명이 A양과 B양을 성폭행했다. 이 자리에는 무려 고등학생 22명이 모여 있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특수강간 등 혐의로 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특수강간 미수 또는 방조 혐의로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군 복무 중인 12명은 조사를 마치고 군으로 신병이 인계된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김 경위를 한 계급 특진 임용했다. 범인 검거에 기여한 임기식 경위와 오홍석 경위에게 서울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 청장은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가해야 한다”며 “여성범죄 예방에 전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처음 피해 학생들을 만났을 때는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런데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사건을 해결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상황이었으면 다른 경찰관들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 큰 소감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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