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되어 돌아온 '두메산골 미국 소녀'

김준희 2016. 6. 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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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대 토레이(한국명 대명숙) 교수성공회 신부 아버지 따라 태백 생활

“영어 번역문으로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한계는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던 한국 문화를 한국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이해할 때 보람을 느껴요. 예컨대 미국 학생들에게 작가 이상의 ‘날개’를 놓고 토론을 시키면 아주 흥미로워 해요.”

지난 25일 전주대 캠퍼스에서 만난 미국 유타대 세계언어·문화과 드버니아 토레이(51·사진) 교수의 말이다. 다음달 5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그는 이날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가 주최한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해 ‘유학과 천주교의 대립에 위치한 조선 여성의 주체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동·서양 문화 사이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선교사 자녀로서 천주교가 조선 여성에 미친 영향에 관심 있다”며 “내 영혼의 절반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의 한국 이름은 대명숙(戴明淑)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 사제’로 알려진 고(故) 대천덕(미국명 루벤 아처 토레이, 1918~2002) 성공회 신부다. 1965년 가족을 이끌고 강원도 태백의 외딴 산골에 들어가 ‘예수원’을 설립하고 산비탈을 개간해 한국의 대표적인 수도원 공동체로 키워낸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는 성직자로서 영성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책임과 정의도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그 자신도 85년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19년간 ‘강원도 토박이’로 자랐다. 전교생이 100여 명인 산골 분교를 다녔던 토레이 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수학여행을 따라 갔다가 『소년중앙』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두메산골의 미국 소녀’라는 제목이었다. 그 뒤 한 달 넘게 매일 10통 넘는 팬레터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변화에 대해 “어릴 때 본 한국의 시골은 밭과 장터에 곡식과 과일 종류가 다양하고 풍경도 입체적이었다”며 “요즘은 중소도시를 가도 그 지방의 특색은 안 보이고 똑같은 체인점과 편의점, 아파트가 즐비해 단조롭다”고 아쉬워했다.

미국 학생들에 대한 교수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閑中錄)’ 중 홍씨가 결혼할 때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두 장면만큼은 꼭 발췌해 읽게 해요. 굉장히 충격적이고 어두운 얘기지만 한국 사회의 관습과 규율에 얽힌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그는 “미국 학생들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도록 새로운 자극과 감동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의 유대인 남편도 같은 과 교수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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