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황금박쥐 지켜라" 10년째 보호 활동

글·사진 이삭 기자 2016. 6. 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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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충북 진천 금암리 주민들 ‘폐금광 서식지’ 순찰 앞장

14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읍 금암리에 있는 황금박쥐 서식지 앞에서 이상식 금암리 노인회장(오른쪽)과 ‘황금박쥐 주민감시단’ 피기봉 할아버지가 황금박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4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읍 금암리. 50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는 황금박쥐 벽화가 이곳저곳에 그려져 있다. 벽화에는 황금박쥐 여러 마리가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그림도 있다. 마치 황금박쥐와 주민들이 함께 공존하는 분위기다. 벽화를 따라 마을회관을 지나 폐금광으로 발길을 옮기자, 피기봉 할아버지(90)가 앞을 막았다. “이곳은 황금박쥐가 살고 있는 곳이여, 어두운 데다 웅덩이도 많아 일반 사람들이 들어갔다가는 큰일 나.” 그는 자신을 ‘황금박쥐 감시단’이라고 했다. 피 할아버지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폐금광 입구에는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황금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팻말과 함께 쇠창살로 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파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폐금광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불렸다. 선선한 기운과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나와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폐금광을 찾은 것은 마을 주민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박쥐들이었다. 폐금광 내부는 겨울에도 기온이 12~13도로 유지돼 박쥐가 동면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주민들은 폐금광 천장에 매달린 박쥐를 보며 여름을 보냈고, 박쥐들도 이곳에서 겨울을 나며 서식지를 꾸렸다. 그러다 2007년 황금박쥐가 발견되자 주민들은 폐금광을 박쥐들에게 양보했다. 유인순 할머니(79)는 “폐금광에 박쥐들이 살고 있는 것은 옛날부터 알고 있었는데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하니 보호해야겠다 싶어 폐금광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폐금광의 출입문을 철문으로 걸어잠근 데 이어 같은 해 1월 57명으로 된 ‘황금박쥐 감시단’도 꾸렸다. 이들은 박쥐가 동면하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외지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폐금광 주변을 순찰한다. 주민들은 또 2012년 ‘충남·북 도계~진천도로 건설공사’ 계획에 도로가 황금박쥐 서식지를 지나는 것으로 되자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지난해 4월에는 황금박쥐 서식지 인근에 8만4000여㎡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보살핌으로 2007년 발견 당시 39마리였던 황금박쥐는 10년째인 올해 43마리로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상식 금암리 노인회장(81)은 “황금박쥐는 우리 마을의 자연환경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는 자랑거리”라며 “황금박쥐가 계속해서 서식할 수 있도록 자연환경을 보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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