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묻힌 독립운동 동지들 통일 못 봐 아쉬워"
현충일 맞아 김우전 한국광복군동지회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독립운동하시던 선배들은 다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계시고 내 동료, 친구는 대전현충원에 많이 있죠. 통일 조국을 보지 못하고 간 선배, 동료를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만난 한국광복군동지회장인 김우전(94) 애국지사의 눈에는 회한이 가득했다.
김 지사는 1943년 일본군에 강제 징집당했다가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하면서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신인 전략첩보부대(OSS)에서 특수훈련을 받았고 김구 선생의 비서를 지내며 각종 기밀을 다뤘다.
현재는 생존해 있는 광복군들의 모임인 광복군동지회장을 맡고 있다. 광복군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사는 사람을 합해 40명 정도가 생존해 있다.
고령에 몸이 편치 않은데도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김구 선생의 차남이자 자신과 동갑으로 막역하게 지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을 최근 떠나보냈다는 말을 하면서는 쓸쓸함이 묻어나왔다. 김 전 총장은 대전현충원에 자리를 잡았다.
"김신에게 예쁜 아가씨를 소개해줬던 일, 김구 선생이 남북 협상 때문에 평양에 갈 때 자신을 안 데리고 가려고 해 상심에 빠진 김신을 위로한 일이 생각이 난다"며 "김두한과 같이 술을 마시면 김두한이 당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잘 마시는 장사였다"고 에피소드를 추억했다.
김 지사는 벌써 7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독립운동을 할 당시와 해방 이후 일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새록새록 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일본이 항복했을 때 기뻤지만 허탈하기도 했다"며 "광복군으로서 국내로 진격하지 못한 것 때문에 늘 쓸쓸한 마음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구 선생의 뜻을 이어 꼭 조국이 평화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임시정부에도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가 있었고 야당, 여당이 있었다"며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김원봉 선생은 부하들에게 배신자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뜻을 모았고, 임시정부는 산하 부처 7개 중 3개 장관을 줄 만큼 아량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진보, 보수의 극단 대립이나 남북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한국이 지금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서 고생하는데 평화통일을 하면 다 해결이 될 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독립 운동가와 애국지사 보훈 문제에 대해 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현충일이라는 것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추모하고 민족의식을 선양하기 위한 날"이라며 "우리 현충의 역사가 불행하게도 처음에는 6.25 전사자와 상이자를 중심으로 해 독립 운동가가 배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독립 운동가가 포함돼 고맙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다"며 "동작동 서울현충원에서 하는 공식 행사에서는 광복회가 다른 보훈단체보다 먼저 분향을 하지만 지방에서는 광복회가 나중 순서인데 올바른 나라 사랑 정신을 후세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번 현충일에도 자택에서 가까운 성남 현충탑을 찾아 먼저 돌아가신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고 조국통일 염원을 되새길 예정이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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