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500회.. 덕분에 건강 점검하고 잔병치레 없어요"

윤형준 기자 2016. 6.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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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헌혈해 온 이승기씨.. 성인 46명 혈액량 기부한 셈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봉사"

3일 오후 5시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헌혈의 집에 초로(初老)의 남성이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축하 드려요"라는 응원을 보냈다. 헌혈을 기다리던 대학생들도 "아저씨를 본받겠다"며 박수를 쳤다. 축하 속에 헌혈 의자에 앉은 이는 이날 헌혈 500회를 달성한 이승기(60)씨다. 500회 헌혈은 국내에서 9번째 기록이다.

이씨는 2011년 11월 400번째 헌혈을 한 지 약 4년 7개월 만에 헌혈 100회를 추가했다. 보름에 한 번꼴로 소매를 걷고 피를 뽑은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주로 헌혈을 해왔지만 "세계 헌혈자의 날(14일)을 앞두고 젊은이들에게 헌혈의 가치를 알려 달라"는 대한적십자사 요청으로 젊음의 거리인 홍대에서 500번째 헌혈을 하게 됐다.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이씨는 3.5t 트럭을 운전하고 있다. 스물세 살이던 1979년에 처음 헌혈을 했다. TV에서 '혈액 급구'라는 자막을 보고 충동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37년간 매년 헌혈을 했다. 그는 "한번 헌혈을 했더니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 다시 찾게 되더라"며 "남은 돕고 싶은데 가진 게 없는 내게는 헌혈이 가장 좋은 봉사였다"고 했다.

이씨가 지금까지 기증한 피는 약 21만㏄. 몸무게 60㎏인 성인 남성 46명어치 혈액량과 비슷하다. 이처럼 밥 먹듯 헌혈을 했지만 그가 갖고 있는 헌혈증은 거의 없다.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때 헌혈증 20장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10장 이상 헌혈증이 모일 때마다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이다.

이씨는 "헌혈을 하려면 혈액 검사를 받는 게 필수라 자연스레 주기적으로 건강을 점검하게 된다"며 "덕분에 헌혈을 해온 37년 동안 잔병치레도 거의 없었다"고 했다. 아들 승환(31)씨 역시 아버지의 권유로 지금까지 약 20번 헌혈을 했다.

이씨는 요즘 사진 삼매경에 빠져 있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주말이면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느라 생긴 취미다. 그는 "헌혈을 할 수 있는 '헌혈 정년'은 만 69세"라며 "건강 때문에 헌혈을 못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착실히 몸을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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