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듣고 지지해주는 게 열쇠"
"사회와 사람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점차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직접 돕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서울시 정신보건센터(강남구 봉은사로) 산하에 있던 자살예방센터가 2일 독립해 새 출발 한다. 자살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다. 새 사무실은 구로구에 있는 강서·남부수도사업소 민원센터 5층에 들어선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를 이끄는 황순찬(47) 센터장은 "지난해 서울시 정신보건센터로 걸려온 전화 상담이 3만건에 이르렀다"면서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자살 예방 전담 콜센터는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현장에 출동해 경찰과 공조하거나, 병원 이송 등의 활동도 한다는 점에서 전화 상담만을 하는 다른 기관과 차별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센터는 4월부터 하루 24시간, 연중무휴인 '마음 이음' 상담 전화(1577-0199)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직원 24명이 전화 상담, 25개 자치구 자살 예방 지원, 전문 인력 교육·훈련, 유가족 애도 상담을 할 예정이다. 내년을 목표로 '서울형 자살 예방 모형'도 만들 계획이다.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이 운영을 맡고 연간 15억원 정도인 예산은 서울시가 전액 지원한다. 성공회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황 센터장은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성공회대에서 사회복지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2005년부터 송파 정신건강증진 센터에서 1100여 건의 자살 예방 상담을 했다. '약을 먹고 죽으려고 한다'는 전화를 한 사람의 집으로 가서 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해 마음을 돌리게 하거나, 흉기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을 마주한 채 설득하는 등 '현장 구조' 경험도 쌓았다. 그는 "경찰 사이버 수사대가 인터넷에 동반 자살하겠다는 글을 띄운 사람의 IP 주소를 추적해 위치를 파악한 다음 제게 도움을 요청해 사고를 막았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런 풍부한 현장 경험 덕분에 지난 3월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로 스카우트됐다.
황 센터장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대개 삶과 죽음이라는 양가감정(兩價·두 가지 모순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의 말을 충분히 듣고 지지해준 다음 조금씩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섣부른 조언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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