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한강과 함께하는 주말 "제 소설은.."

김수영 기자 2016. 5. 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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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채식주의자'로 소설가 한강이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진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됐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관련 기사에 아마도 한강이란 소설가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수상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는 예상대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소설가 한강에게 '채식주의자'는 어떤 소설일까요? 또 영문판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짧은 방송 화면에 담지 못한 한강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 '맨부커상'을 받으리라고 예상하셨나요?

(한강) 아뇨, 수상할 거라는 생각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갔었어요. 그런데 상을 받고 나서 많이 기뻐해 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셔서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려보려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나갔어요.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기자) 작가로서 '상'이라는 것은?

(한강) 저는 개인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고, '오늘만큼 기쁜 날이 있느냐'라고 시상식날 누가 물었는데, 당연히 기쁨이란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저는 독자도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내가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의 의문과 완성할 거라는 바람 사이에서 흔들리다가 완성되면,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되긴 됐네'라고 생각하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상이라든지 그 다음 일을 생각할 여력은 부족한 것 같아요.

(기자) 채식주의자는 어떤 소설이죠?

(한강)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우리가 견딜 수, 껴안을 수 있는가에서 끝나는 소설이에요. 제가 그 소설을 완성한 게 벌써 11년 전, 책을 출간한 건 9년 전이에요. 저는 그 소설에서 많이 걸어 나왔죠.

(기자) 소설을 쓸 때, 외국어로 번역될 걸 염두에 뒀나요?

(한강) 아뇨, 번역자와 편집자를 무작정 신뢰할 수밖에 없었죠. 번역가의 메일 질문에 제가 답을 하는 식으로 여러 번 주고 받았죠. 한 줄을 설명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의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었어요.

(기자) 영문판 채식주의자에 대한 본인의 느낌은? 

(한강) 번역본을 받았을 때 제가 '소년이 온다'를 쓰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목소리와 그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보라 씨의 번역은 그런 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했어요. 채식주의자 1장에 영혜가 말하는 부분에서, 악몽을 이탤릭체로 독백하는 부분이 있어요. 정확하게 소설 속의 제 감정, 톤을 그대로 번역했다고 느꼈어요. 신뢰를 가지게 됐죠. 번역이 원작에 충실하다는 기준이 감정과 톤의 전달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자) 우리나라 문학이 세계 문학계에서 발전할 수 있을까요?

(한강) 저는 한국문학 속에서 자라난 사람이에요. 계속해서 한국 작가들과 시인들이 쓴 작품들을 읽고, 번역본을 읽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문학작품에 커다란 애정도 있고, 빚도 있고. 많이 읽혀질 수 있고 그럴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좋은 번역가도 나타나고 있고, 외국 편집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술이나 회화에서도 글쓰기의 영감을 받나요? 

(한강) 미술은 제게 중요해요. 제가 어릴 때 같이 살던 막내 고모가 미대를 다녔죠. 저더러 항상 모델을 서게 하고, 그 방에는 항상 그림 도구가 가득했어요. 친근한 느낌을 가지고 성장해서 미술 작품 보는 걸 좋아해요.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 제가 갖게 되는 상태가 있는데, 거기 머물러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워낙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죠.

(기자)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한강) 제가 쓰고 있는 작업도 얼른 돌아가서 하고 싶고,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글을 써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고 싶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한강) 이 소설은 조금 불편한 소설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질문으로서 읽어주셨으면 해요. 11년 전 제가 던졌던 질문으로부터 나아가고 있고. 나아가고 싶다고 독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희망 사항이 있다면, 그 소설만 읽지 마시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아주 많거든요.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은데, 바라건대 그분들의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 기획·구성 : 김민영 / 디자인 : 임수연   

김수영 기자sw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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