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사실상 박멸.. 질병과 싸운 인류의 승리"

윤형준 기자 입력 2016. 5.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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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승리' 김용준 前 헌재소장.. 28일부터 국제 로타리 세계대회

"1988년 세계적으로 35만 건에 달했던 소아마비 발병 건수가 올해 16건으로 줄었습니다.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법무법인 넥서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준(78·사진) 전 헌법재판소장은 "인류가 한마음으로 질병과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3세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지체장애인으론 최초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엔 제2대 헌법재판소장에 올랐다. 28일부터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국제 로타리(Rotary) 세계대회'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로타리는 1988년부터 소아마비 퇴치 운동을 벌여 왔다.

'인간 승리'의 표본인 김 전 소장의 삶은 '소아마비 퇴치'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는 1966년 같은 장애를 가진 사회 인사 10여 명과 함께 '한국 소아마비 아동 특수보육협회'(한국소아마비협회의 전신)를 설립했다. 협회 이사를 맡으면서 장애인 권익을 해치는 여러 제도를 바꿨다. 대학 입시에서 장애인이 받는 불이익에도 손을 댔다.

"몇몇 대학은 '(입대를 못 하니) 군의관을 할 수 없다' '각종 약품 실험 참여가 어렵다'라는 이유로 장애인의 의·약대 입학을 원천적으로 막았습니다. 문교부(현 교육부)에 지적한 뒤에야 하나씩 바뀌었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엔 소아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후배를 위해 '총대'를 멨다. 사법연수원 후배 4명이 장애 때문에 임용되지 못하자 대법원에 찾아가 "그럼 나도 장애가 있으니 함께 그만두겠다"고 항의해 후배들을 임용시켰다. "당시 임용된 4명 중 3명은 나중에 부장 판사 이상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김 전 소장은 한국 로타리 고문을 맡으며, 소아마비협회 등 장애인 단체와 로타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올해 소아마비 발병자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16명만 나왔다. 이번 '국제 로타리 세계대회'에선 '소아마비 사실상 박멸'을 선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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