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명 실종자 찾아낸 '빵점 아빠'..25일 실종아동의 날
나 회장은 "두 아들에게 고기를 먹여주지는 못할망정 고기 잡는 법은 알려줘야 하는데 학원 하나 제대로 보낸 게 없다"며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고맙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나 회장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돈 한 푼 못 버는 빵점짜리 가장이지만 그 대가로 25년간 이룬 업적은 100점을 줘도 모자라다.
무려 653명의 실종자를 찾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실종된 아이가 끝내 시체로 돌아온 안타까운 사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이가 없어진 지 한참 후에 다니던 유치원 정화조 청소를 했는데 호스에 뭐가 걸려서 봤더니 아이 두개골이 나온 거지요.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는데 남편을 칼로 찌르고 교도소에 수감된 옆집 여자였어요. 끝내 혐의를 부인해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삼형제의 맏이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학업을 중단한 채 남의 집 머슴으로 들어갔다. 식당 주방장, 돼지 밀도살자를 거쳐 각설이로 전국을 떠돌던 1991년 7월 어느 날, 자식을 잃고 울부짖던 개구리소년 부모를 대구에서 만났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려 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부모들과 함께 방방곡곡을 다니게 됐고 이후로는 이게 제 본업이 됐지요."
청량리 컨테이너 박스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실종자 찾기에 매진하기로 했다. '사람을 좀 찾아 달라는' 부탁이 전국에서 쇄도했다. 박근혜 이재오 이회창 정동영을 비롯한 정치권 거물이 사무실을 속속 찾았다.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세상에 나온 배경이다. "그 전까지는 정부에 제대로 된 실종자 통계도 없는 상황이었죠. 법률을 만든 덕분에 실종 아동이 나오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그는 2014년 말부터 명함에 새로운 직업을 추가했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로서 새로운 인생길 개척에 나선 것이다. 생계에 허덕이며 실종자 찾기 일을 그만둘 의향을 비치자 지인 중 한 명이 "그간 쌓은 인맥을 토대로 보험 일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한 것이다.
"신세 진 게 많다며 고마워하는 사람은 많았는데 막상 보험 하나 들어 달라고 부탁하자니 어려운 게 많네요.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살면서 보험은 꼭 필요한 거잖아요. 이걸로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 겸사겸사 시작했어요." 나 회장은 "첫 달 월급으로 185만원을 받고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한참을 울었다"며 "25년 만에 받은 첫 월급이라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사건을 소급해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위한 추모공원도 만들고 싶고, 실종 아동 관련 법 나이 제한을 없애 성인이 실종되더라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찾아 나설 수 있게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기금만 좀 더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워요."
[홍장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7개 대학 '고용 세습' 급제동..교육부 시정권고
- 與 3자합의 '잉크도 마르기 전' 발 뺀 김무성·최경환
- '바늘 구멍' 9급 공무원 붙었다 좋아했는데..
- '내부자 거래' 카르텔 형성한..급식비리 불량 가문
- '초일류' 서울대 공대의 히든카드는 창업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 짚어보니 [COVER STORY]
- “‘음악’으로 맺어진 ♥”…윤보미·라도, 8년째 열애 ‘인정’(종합)[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