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목매는 애들에게 진짜 수업 하고 싶었죠"

김선미 입력 2016. 5. 17. 01:19 수정 2016. 5.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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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연주단 이끄는 구수진 교사중·고생 30명으로 구성 '소울앙상블'자선 공연, 다문화 청소년 악기 레슨"삶에서 중요한 게 뭔지 깨달았으면"
구수진 교사가 이끄는 소울앙상블은 매달 중증장애 복지원 등을 찾아 위문 공연을 갖는다. 구 교사는 “아이들에게 남을 위해 재능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월드비전·구수진]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는 단 하나의 조건은 ‘주말에 학원 가는 것보다 연습하는 걸 더 우선시한다’는 것이었어요. 성적만을 중시하는 요즘에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런데도 모두 즐겁게, 유쾌하게 하고 있어요.”

구수진(48·사진) 경인교대 부설초등학교 교사는 6년째 중·고생으로 이뤄진 봉사 오케스트라단 ‘소울앙상블’을 이끌고 있다. ‘소리로 마음을 울린다’는 뜻을 가진 소울앙상블은 그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입할 수 있는 현악기 중심의 오케스트라단이다. 현재 30명의 학생들이 활동하며 매달 중증 장애복지원, 병원, 교회 등을 찾아 무료 자선 공연을 펼치고 있다.

구 교사가 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은 건 2008년 교내 오케스트라 동아리의 지도교사를 맡으면서였다. 당시엔 봉사활동이 아닌 자체 연주만 했다. 그러다 2011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그는 우연히 연락이 닿은 옛 학부모들로부터 “중·고생이 된 아이들이 다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학교 업무 외에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의 재능을 누군가를 위해 쓸 수 있다면?’ 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 깨닫게 하는 ‘진짜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눈 앞에 닥친 시험·숙제·성적만 보며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을 주고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소울앙상블의 단원이 되는 데엔 특별한 재능도, 비싼 악기도 필요 없다. ‘나만 생각하지 않고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매주 토요일마다 4시간 이상 연습하고, 방학을 제외하곤 한 달에 한 번씩 공연도 해야 한다. 격주로 다문화 가정 아이 10여 명을 대상으로 악기 수업도 한다.

소울앙상블 1기인 노하은(19·이화여대 국어교육과) 씨는 “주말에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지금 봉사나 하고 있을 때가 맞나’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신 분들이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공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자선 공연은 웹상에서도 펼쳐진다. 지난해엔 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함께 아동노예 반대 캠페인인 ‘뮤직샤워 챌린지’를 진행했다. 단원들이 각자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찍어 아동 노동착취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이다. 3월엔 경기도 부천 상동역에서 국내 이주아동 구금에 반대하는 연주회도 열었다.

구 교사는 올해 현재의 학교로 다시 전근왔다. 교직 26년째인 그의 꿈은 아이들이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작은 일이라도 남을 위해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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