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 살며 9년째 기부해온 을지로 대박 맛집 사장

2016. 5. 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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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정' 김진숙씨 "손님 줄 길어지면 더 기부할 수 있어 행복"

'은주정' 김진숙씨 "손님 줄 길어지면 더 기부할 수 있어 행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인쇄소로 가득한 서울 중구 을지로4가 방산시장 뒷골목 '은주정'은 쌈 싸먹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1986년 가게를 열었을 땐 상인들만 찾았지만 이제는 멀리까지 입소문이 났다. 점심시간엔 번호표를 받고 한참 줄을 서야 한다.

은주정 만큼이나 유명한 건 바로 사장 김진숙(55.여)씨다. 첫째는 칼칼하고 푸짐한 손맛, 둘째는 기부 때문이다.

김씨가 기부를 시작한 건 2008년. 손님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후원자와 수혜자를 연결해주는 중구청 '드림하티'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월 5만원으로 시작했지만 기부금을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은 매월 약 110만원에 해당하는 10kg짜리 백미 50포씩을 을지로동 저소득 가구에 전한다.

2013년부터는 연 2∼3회 열리는 중구민 걷기대회에 식사권과 드럼세탁기 등 500만원 상당 경품도 지원해왔다. 통상 행사 때 후원자가 나타나지만 김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해 7월부터는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구 인재육성장학재단에도 장학금을 월 10만원씩 내고 있다.

최근에는 딸 이름을 딴 민요악단 '은주사랑예술단'을 꾸려 위문공연도 한다.

김씨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크고 작게 지원한 기부금을 합하면 약 2천500만원에 이른다. 은주정 단골메뉴인 7천원짜리 김치찌개 3천571인분이다.

김씨는 넉넉한 기부만큼 인심도 크다.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 쌈 싸먹기에 딱이다. 밥도 양재기에 가득 담겨 나온다.

손님이 점점 많아지자 최근에는 별관도 꾸렸다.

김씨는 11일 "바쁜 점심에 줄 서서 먹는 직장인들에게 미안해서 매장을 늘렸다"며 "그만큼 기부도 더 많이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부의 원천이 가게인 만큼 그는 경영철학도 뚜렷하다.

매일 아침 전통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사오며, 남은 음식은 손님이 보는 곳에서 버린다. 직원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손님에게 친절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게 옥상에 직원 숙소와 운동시설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대박 식당 주인이지만 김씨는 가게와 가까운 을지로 11평짜리 아파트에 산다.

"밤늦게 들어가 새벽에 나오는데 좋은 집에 살 이유가 없어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픈 데 없고 남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기부 맛'을 들이면 자발적으로 하게 돼요. 남이 알 필요 있나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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