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그림책, 아이들 자라서 추억할 수 있길 바라요"
백희나 작가가 작업실에서 호호와 엄마, 선녀 인형을 들고 있다. 그는 “요리 잘하는 둘째 언니와 빵 만드는 사촌동생 등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고맙다”며 “평생 반복해 보고 싶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요즘 그림책 ‘이상한 엄마’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45)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이상한…’은 아파서 조퇴한 주인공 호호를 일하는 엄마 대신 선녀가 돌봐주는 이야기. 올해 3월 출간된 지 7주 만에 2만7000권이나 판매됐다. 인터넷에는 ‘아이에게 읽어주다 왈칵 눈물이 났다’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친구에게 꼭 선물해야겠다’는 워킹맘의 소감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 한 아파트에 자리한 작업실을 최근 찾았다. 거실에는 스컬피(찰흙과 유사한 재료)로 만든 열에 들떠 얼굴이 빨개진 호호, 입술을 내밀고 후후 불며 국물을 마시는 호호의 모형 등이 가득했다. 놀라거나 다급함이 묻어나는 호호 엄마와 연지를 찍은 느긋한 표정의 선녀 얼굴도 있었다.
“다른 책은 보통 1년이 걸리는데 ‘이상한…’은 1년 7개월이 걸렸어요. 구안괘사(안면 신경 마비)가 와서 일주일간 입원할 정도였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작업해 왔는데 제 이야기를 하려니 더 어렵더라고요.”
백희나 작가의 작품 |
‘구름빵’이 백 작가의 단독 저작물이라는 판결이 올해 초 났지만 저작권을 온전히 가져오려면 험난한 과정이 한참 남았다. ‘구름빵’을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가 저작권을 다른 업체에 넘기면서 생긴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도 풀어야 한다. 그림책이 정식 장르로 인정받지 못해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동화작가로 소개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구름빵’으로 인한 가슴앓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는 그림책 작가라는 천직을 찾은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릴 때면 너무 좋아서 ‘하아하아’ 하고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그림책을 만들지 않으면 하루하루 살 수가 없더라고요.”
인형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촬영하는 그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판타지를 담고 있다. 웃음이 ‘빵’ 터질 정도로 엉뚱한 상상력은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사로잡는다.
“치열하게 일상을 살다가 생활의 단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림책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자꾸 생각하게 돼요. 가진 것의 200%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력파랍니다(웃음).”
그를 오랜 시간 지켜본 이들은 백 작가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강아지 집과 나무의자, 인형을 같이 만들던 유쾌한 아빠와 뭐든지 해보라며 응원해주던 엄마의 셋째 딸이다. ‘구름빵’ 속 엄마 아빠의 캐릭터는 실제 부모님의 모습이다.
“제 작품이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는 책이 되면 정말 좋겠어요. 가령 ‘달 샤베트’ 이야기가 나오면 ‘아, 나도 그거 읽었어’라며 같이 어릴 적 기억을 나눈다면 그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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