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 15년째 시각장애인 마라톤 코치 안기형 현대모비스 차장

안승현 입력 2016. 5. 1. 18:30 수정 2016. 5. 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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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한 선수들 보면 감동하죠"

"일취월장한 선수들 보면 감동하죠"

안기형 현대모비스 차장(오른쪽)이 시각장애인과 마라톤 코스를 달리며 옆에서 지도하고 있다.
'어려운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칙칙한 담벼락에 화사한 그림을 그려주기.'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 하면 경제적 차원의 지원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에는 자신이 살면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나누는 재능기부가 새로운 봉사활동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막상 직장인이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아닌 개인적인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재능기부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지난 2002년부터 무려 15년간 특별한 재능기부 활동을 해오고 있는 직장인이 있다.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마라톤을 가르치는 현대모비스 안기형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안 차장은 국가대표까지 했을 정도로 촉망받는 마라톤 선수였다. 1985년 실업팀으로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여러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선수를 그만두고 평생 멀게만 느껴졌던 책상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 차장에게 재능기부할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회사 업무에 집중하느라 마라톤을 잠시 잊고 있던 그는 2002년 사하라 사막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같은 대회에 참가한 한 시각장애인을 만났다. 5일 동안 사막 250㎞를 달리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안 차장이 아시아 최고 기록을 세운 데 반해 시각장애인은 그 레이스를 끝내지 못했다.

안 차장의 경기를 바로 곁에서 경험했던 그 시각장애인은 한국에 돌아와 안 차장에게 지도를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지도를 하러 나갔던 날 시각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스트레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며 "올바른 스트레칭 방법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잘못된 방법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 차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조각상을 직접 만져보게 함으로써 모양을 가늠케 한다는 데 착안해 그들에게 자신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직접 만져 동작을 익히게 했다. 이런 식으로 한 동작, 한 동작씩 올바른 스트레칭 방법을 가르치는 데만 3주가 걸렸다.

그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봉사에 참가자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지도한 지 7개월도 안 돼 열린 동호회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은 19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10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이 대회에서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상위 40%에 들어가는 성적을 낸 것은 눈에 띄는 성과였다.

처음 7~8명으로 시작했던 운동은 15년 만에 5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이 참가하고, 그들을 도울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함께 달리는 대대적인 동호회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안 차장은 처음 재능기부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들이 마침 날 필요로 해서"라며 "재능기부는 어렵지 않다. 내가 누군가에 비해 조금이라도 잘하는 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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