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術 베푼 아버지 따라 나눔 실천"
"제가 심봉사도 아닌데 맨날 봉사할 수는 없고, 기회 될 때마다 조금씩 하는 건데 쑥스럽네요."
백발의 신사가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로 말문을 열었다. 포항공대, 동숭아트센터, 포스코 본사 등 굵직한 건축물을 설계해온 대형 설계사무소 간삼건축의 김자호(71) 회장이다. 조금이라도 이문을 많이 내려는 게 기업의 생리라지만, 이 회사는 최근 설계를 기부했다. 28일 문 여는 서울 상암동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설계를 재능 기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4억원에 이르는 비용이다.
"건축 기업으로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고심했어요. 돈도 돈이지만, 우리의 재능인 설계를 어린이 시설을 만드는 데 뜻깊게 써보자고 했지요." 간삼은 서울 정릉 우리누리 사회복지센터, 신당동 광희문성지 순교현양관, 아프리카 남수단 미션스쿨 등의 설계도 재능 기부했다.
김 회장은 "기부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안 내력"이라고 했다. 그는 의사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도, 4형제 중 막내인 자신을 제외한 형 셋도 모두 의사였다. 1960~70년대 아버지는 아파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인술(仁術)을 베풀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 형은 의료 봉사를 평생 소명으로 삼았다.
"형들은 의술로 기부하니 난 내 재주로 기부할 궁리를 했지요." 1990년대 초반 가톨릭 무료 진료소인 시흥의 '전진상 의원'을 무보수로 설계하면서 '설계 기부'를 시작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께서 감사패를 주셨어요. 제가 '천당표 하나 주십시오' 농담했더니 '그런 거 있으면 저도 한 장 주세요' 하고 웃으셨죠."
그는 "기부는 습관"이라 강조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회사 동네(장충동) 쓰레기 줍기부터 시킵니다. 이게 건축하고 무슨 상관 있느냐 볼멘소리 하지만, 모르는 말씀. 건축이야말로 터에 기댄 것이고, 그 땅에 있는 사람을 위한 것 아닌가요. 이웃부터 사랑해야지요."
그러나 예술가의 재능을 무조건 공짜라고 보는 건 잘못이라 했다. "기업의 사회 공헌 차원에서 생각한 거지, 우리 재능이 공짜라 기부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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