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무량수전 .. 내 창고에 다 있죠"

송의호 2016. 4. 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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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 모형 만드는 김범식 도편수10분의 1 크기 국보·보물 90여 채설계도대로 만드는 데 최소 석 달"고건축 후학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
김범식 도편수가 한국전통건축연구원 창고에서 숭례문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숭례문 화재(2008년)가 나기 전인 2000년 제작했다. 실물의 10분의 1 크기로 제작 기간만 1년이 걸렸다. [경산=프리랜서 공정식]

국보 제1호 숭례문과 보물 제1호 동대문, 현존 최고(最古) 건물 봉정사 극락전, 가장 아름답다는 부석사 무량수전, 5층 목탑인 법주사 팔상전….

지난 22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에 위치한 한국전통건축연구원에서 만난 건축물 모형들이다. 단순 미니어처가 아니다. 50년 넘게 숱한 전통건축물을 수리하고 지은 대목장 김범식(74) 도편수(都片手)가 설계도에 따라 만든 축소 모형이다. 창고 두 곳에 육송·홍송으로 만든 국보·보물 등 90여 채가 진열돼 있다. 평면 기준으로 실물의 10분의 1 크기인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창고 옆 공방에서 작업이 한창이었다. 도편수의 제자 네 사람이 대구 경상감영(監營) 선화당 건물을 만들고 있었다. 최근 안동으로 도청을 옮긴 경상북도가 제작을 의뢰했다. 김 도편수는 “모형은 크기가 작아 자재는 적게 들어도 작업 과정은 큰 건물과 비슷하고 하루 인건비도 비슷하게 들어간다”며 “모형이지만 들어가는 공은 다를 게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현장 공사가 없을 때 축소 모형을 만든다. 하나를 만드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 설계도가 있어야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 축소 모형을 제작하는 까닭을 물었다.

“이제 떠날 날이 멀지 않았어요. 가기 전에 모형을 만들어 두면 전공 학생이나 고건축 연구자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죽기 전에 모형으로 전통건축의 정신과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조를 볼 수 있도록 지붕을 절반만 덮은 모형도 있다. 그래도 기둥과 서까래 하나까지 개수나 기법은 그대로다. 최근에는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평형대별 모형도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엔 경상북도가 추진해 온 ‘경북형 한옥’의 ㄱ, ㄷ, ㅁ자형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목수는 가구를 다루면 소목장, 궁궐·사찰 등 건축물을 지으면 대목장으로 불린다. 소목장·석공·미장·단청장 등을 총괄하는 책임이 주어진 대목장을 도편수라 부른다. 김 대목장은 김덕희 도편수의 아들 김윤원의 아래에서 1964년 목수 일을 시작했다. 당시 김천 직지사 청풍료 신축에 참여했다. 충남 서산이 고향이지만 일을 따라 경북에 정착했다. 이후 청도 운문사 관음전, 강화 전등사 극락전, 무안 미륵사 대웅전 등 전국의 사찰·문화재 200여 건을 수리·복원·신축했다. 1977년 문화재청 문화재수리 기능자가 되고 2015년에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7호 대목장이 됐다. 전국을 통틀어 10명이 채 안되는 도편수 중 한 명이다.

김 도편수는 한·중·일 3국의 전통건축은 비슷하면서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 전통건축이 대륙의 기질 그대로 크고 장중하다면 섬나라 일본은 직선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비교했다. 심지어 일본은 서까래도 사각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자연에 순응하는 곡선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전통건축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옥이 한류를 이끌어갈 다음 소재라고 강조한다. 국내외 어디든 달려가 보여 줄 수 있는 축소 모형을 만드는 까닭이다.

경산=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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