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뮤지컬·합창 참여, 끼·꿈 찾아주는 장창용..재봉·농사 .. 놀이 하듯 수업, 대안학교 개척한 양희창

윤석만.정진우.신인섭 2016. 4. 2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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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용 현일고 교장은 “배움의 본질은 행복이다. 학생이 즐겁지 않은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대안교육 1세대인 양희창 간디교육문화센터 대표는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 구미 현일고등학교 교장
HOT 장우혁, 남성 듀오 10cm 배출
틈만 나면 빵 사줘 ‘빵교장’별명

1995년 여름, 당시 현일고(경북 구미) 진로교사였던 장창용 교장에게 한 남학생이 찾아왔다. 가을 축제를 대비해 댄스 동아리를 만들 테니 허락해 달라는 거였다. “워낙 조용하고 숫기 없던 친구라 처음엔 의아했죠. 하지만 용기를 내 찾아온 학생을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습니다.”

교내 빈 공간에 조그만 연습실을 마련해주자 10여 명의 학생이 동아리에 들었다. 아이들은 점심·저녁시간을 틈타 한창 유행하던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에 맞춰 춤을 연습했다. 학생들의 얼굴에선 전엔 볼 수 없었던 웃음과 생기가 넘쳤다. 석 달 후 학생들은 가을 축제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장 교장은 그해 11월 학생들을 이끌고 대전에서 열린 댄스페스티벌에 참가해 동상을 받았다. 어느 날 서울의 한 기획사 대표가 학교를 찾아왔다. 처음 동아리를 만든 남학생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거였다. 방송 쪽에 일하는 지인들의 조언을 구하고 부모님과 의논한 끝에 그 학생을 서울로 올려 보냈다.

1년 후 그 학생은 유명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됐다. 바로 H.O.T의 장우혁이다. 장 교장은 “학생은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철학이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교내 연극·뮤지컬·미술 등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시작했다.

특히 교장이 된 후 학생 모두가 뮤지컬과 합창에 참여토록 했다. 신입생들은 3월부터 7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뮤지컬과 합창을 준비하고 10월 축제에서 공연한다. 대본 작성부터 연기·조명 등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 한다. 장 교장은 “학생들은 뮤지컬과 합창을 통해 협동하는 법과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법을 배운다”며 “공연이 끝난 후엔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일고에는 연극·오케스트라·밴드·미술 등 10여 개의 예체능 동아리가 있다. 1000여 명의 전교생 중 200여 명이 상시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요즘 인기 있는 남성 듀오 10cm도 이 학교 출신이다. 장 교장은 “저소득층 아이들과 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공연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봉사 의식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전국 고교합창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예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예체능 등 다양한 것을 골고루 배우면서 흥미와 관심도 생기고 자신의 적성도 발견할 수 있죠.” 그는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절로 성적도 올라간다”며 “뮤지컬·합창을 시작하고 지난 5년 동안 명문대 합격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빵교장’으로 불린다.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기 위해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빵을 사주며 얻은 별명이다. 전교생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는 그는 지난해 봄 옆집 사는 남학생이 다리에 깁스를 하자 두 달 동안 등하교를 시켜줬다. 평교사 때는 1년에 세 번씩 학생들을 이끌고 해돋이 등 기차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장 교장은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행복한 것”이라며 “교사가 해야 할 첫 번째는 소통과 공감”이라고 말했다.

| 간디교육문화센터 대표
학생들 상처 드러내 보듬고 치유
중장년층 위한 대안학교도 계획

양희창 간디교육문화센터 대표는 1986년 1월 15일을 잊지 못한다. 서울의 한 여중생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당시 대학 1학년이던 양 대표는 학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서열주의 교육을 비판하는 여론이 생겨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한경쟁 교육이 다시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경남 산청에서 역사 교사로 시작해 2002년 충북 제천에 국내 최초 상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를 세웠다. 10년간 교장으로 일하며 항상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부모나 교사에 의해 공부를 하 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흥미를 발견하고 원하는 공부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처음 그는 국·영·수 중심 지식교과 외에도 효도· 재봉·농사 등과 같은 이색적인 과목을 수업에 편성했다. 학생 스스로 즐기면서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 입장에서 ‘이거 진짜 공부 맞아? 노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입니다. ”

그의 수업철학은 생활과 밀접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사춘기 학생들이 자신의 손을 사용해 직접 땀을 흘리면서 얻는 경험이 가치관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대안학교 아이들이 노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요. 생명에 대해, 평화에 대해, 지역에 대해서요. 그게 무슨 공부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이런 공부를 통해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고 훗날 이게 다 공부였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간디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의 다양성이다. “일반 학교에서 성적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우울증에 걸린 학생, 왕따와 학교 폭력을 경험하며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 애정결핍으로 정서적 장애가 있는 학생 등 모두가 모여 있죠.” 농촌이라는 특성상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도 많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이유로 간디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양 대표는 최근 대안교육의 장을 대학으로 넓혔다. 제주도에서 대안대학인 지구마을평화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모토는 ‘자립교육’이다. 각자 살 집을 스스로 짓고,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나 농사 등을 통해 생활비 또한 각자가 번다. 주말에는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예술가와 활동가·전문가를 찾아가 맞춤형 수업을 듣는 ‘찾아가는 학교’도 운영된다.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중장년층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드는 겁니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사회생활을 견뎌내느라 온몸이 곪았어요. 한국의 중장년들이 퇴직 후 인생 2모작을 계획하며 가치 있고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윤석만·정진우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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