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어주는 전직 고위 판검사

박상기 기자 2016. 4.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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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영준 前재판관·차동민 前고검장, 다문화가정 위한 목소리 기부

"아저씨가 돼지 오줌보를 휙 던졌어요." "슛! 골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녹음실에서 동화 구연(口演) 녹음이 진행됐다. 동화책을 읽은 이들은 전문 성우(聲優)가 아닌 전직 고위 판검사와 공무원들이었다. 목영준(61)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차동민(57) 전 서울고검장 등이 '동화책 읽어주는 남자'로 깜짝 변신했다. 목 전 재판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였다. 오종남(64) 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병일(65)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이옥(52)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사회공헌위 위원 전원이 참여해 이춘희 작가의 동화 '싸개 싸개 오줌싸개'와 '돼지 오줌보 축구'를 함께 읽었다.

위원들은 녹음 직전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한글 발음으로 동화 속 주인공의 감정을 담아 읽어야 한다'는 간단한 교육을 받고, 2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녹음을 마쳤다. 동화 속 캐릭터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어서 50~60대 위원들은 아이 목소리를 흉내내야 했다. 여성 위원인 이 전 부장검사는 동화책 속 엄마, 여자아이 캐릭터를 도맡았다.

목 전 재판관 등이 법전(法典)이 아닌 동화책을 들게 된 건 사회공헌위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다문화 여성 법률 아카데미'가 계기가 됐다. 결혼 이주 여성이 많은 지역을 찾아가 국적·체류, 가족·상속법 등을 강의하고 상담해주는 활동이다. 위원들은 이 행사에서 만난 여성들로부터 "한국말이 서툴러 아이들에게 동화를 제대로 읽어줄 수가 없다"는 고충을 들었다. 다문화 가정에선 목소리 재능 기부로 제작된 동화책 녹음 파일을 많이 사용하는데, 녹음 파일이 있는 동화책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차동민 전 고검장은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호흡이 잘 맞았다"며 "재미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목 전 재판관은 "앞으로는 더 고운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재능 기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는 이날 낭독한 동화책 녹음 파일을 책과 함께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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