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트레이너 뚱아저씨? "개아빠로 불러주세요"

천선휴 기자 2016. 4. 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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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펫] 드라마같은 삶을 살아온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연이어 떠나보내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한 달 뒤엔 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잃었다.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자 그는 세상으로 나가는 마음의 길목에 큰 벽을 세우고 폐인처럼 두 달을 갇혀 지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유기견 입양 행사에서 만난 반려견 흰돌이와 흰순이 덕분이었다. 모두 사람들에게 외면 받던 대형 믹스견이었다. 게다가 한 마리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견. 버려지는 게 얼마나 아픈지 잘 아는 개들이었다. 그는 새 가족을 맞으며 희망이라는 선물까지 덤으로 받았다.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다. 황 대표는 십수년간 사람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헬스트레이너로 일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그는 이제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됐다.

그는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 세상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게 도와준 게 반려견들이었다고 했다.

“2012년 2월 화재사고로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사고로 어머니를 잃어 큰 충격에 빠졌어요. 그런데 한 달 뒤 폐암을 앓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매일 폭음하며 폐인처럼 지냈어요.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나니 ‘부모님은 내가 이렇게 살길 원치 않으실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외로우니 개라도 키워보잔 생각에 애견숍을 찾았는데 선뜻 살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발길을 돌리고 집에 와 개를 검색하다가 유기견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됐어요.”

황 대표는 인터넷에 올라온 유기견들의 사진을 보다가 인터넷 카페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유행사)’에 올라온 한 포스터를 보고 유기견을 입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가슴을 울린 문구가 있었다. ‘유기견, 오늘 입양하지 않으면 안락사당합니다.’

2012년 당시 흰순이(왼쪽)와 흰돌이의 모습. © News1

황 대표는 곧바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했다. 대형 믹스견인 흰돌이와 흰순이였다. 흰순이는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장애견이었다. 그렇게 유기견들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고, 그날 이후 황 대표는 하던 일을 접고 유기견 구조 활동에 전념하게 됐다.

“흰돌이와 흰순이를 입양하고 매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입양 일기를 썼어요. 즐겁더라고요. 이 아이들과 한 가족이 되고 한 달 뒤 집 근처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또 구조했어요. 구조 당시 나이가 열한 살이었어요. 순심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죠. 그리고 또 한 달 뒤 동작대교 아래에서 3년간 노숙하던 유기견을 구조했어요. 이름을 럭키라고 지었죠. 지난해 3월 경기 부천시에서 구조한 유기견 레오를 포함해 총 다섯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럭키는 황 대표와 박현숙 작가가 쓴 동화책 ‘동작대교에 버려진 검둥개 럭키’ ‘검둥개 럭키, 함께라서 행복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화책엔 럭키가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던 시절, 황 대표에게 구조된 후 흰돌이, 흰순이, 순심이와 함께 생활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이 책 판매액의 2%는 유기견 보호기금으로 기부된다.

개인적으로 구조활동을 하던 황 대표는 이제 직원을 세 명이나 둔 어엿한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됐다. 지금처럼 유기견을 구조하는 데 힘쓰는 건 물론 앞으로 선진적인 동물 문화 전파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헬스트레이너로 생활할 때 온라인에서 꽤 유명했어요. 파워 블로거였죠. ‘뚱아저씨’라고 하면 아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전 그때보다 지금이 행복해요. 전 이제 평생을 유기견을 위해 일할 것 같아요. 운명이 돼 버렸죠. 지금은 직원이 세 명이지만 단체 규모를 차츰 키워서 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가 형편없잖아요. 어린이 동물보호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더 힘을 쏟고 싶고, 선진적인 반려동물 문화를 전파해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하는 데 일조할 겁니다.”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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