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권오곤 ICTY 재판관 "반인도범죄 면죄부 없다"

2016. 3.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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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퇴임.."유고전범재판소, 국제형사재판 선례 만들고 있어" "한국 사법부도 국제적 법치주의·평화 기여 방안 모색해야"
권오곤 ICTY 재판관이 1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헤이그=연합뉴스)

이달 말 퇴임…"유고전범재판소, 국제형사재판 선례 만들고 있어"

"한국 사법부도 국제적 법치주의·평화 기여 방안 모색해야"

(헤이그=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상임재판관은 국제형사정의를 확립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 선례를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달 말 퇴임하는 권 재판관은 1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TY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CTY 등 국제형사기구들의 재판이 선례가 됨으로써 앞으로는 인종청소와 대량학살 등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대전 종전 후 나치 전범을 처단하기 위해 설립됐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이후 처음으로 199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설립된 국제전범재판소인 ICTY는 유고연방 해체 과정의 전범 행위와 관련해 모두 161명을 기소해 149명에 대한 심판을 마무리했다.

권 재판관은 유고 내전과 전쟁 범죄의 최고 책임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과 세르비아계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의 재판을 맡아왔다.

밀로셰비치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6년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권 재판관은 카라지치 재판의 재판장으로서 오는 24일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다음은 권 재판관과 일문 일답.

-- 2001년부터 거의 15년간 ICTY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그 동안의 소회와 보람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이후 ICTY가 처음 설립됐다. 그래서 ICTY가 국제형사재판의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제형사법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영미법, 대륙법, 그리고 한국과 같은 절충형의 법조인들이 모여 새로운 법과 판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 있었고 이를 통해 국제형사정의 확립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 국제사법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과 한국 사법부에 조언한다면.

▲젊은 후배 법관들의 국제사법기구 진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기구에 한국 법조인이 참여하고 있다. 어학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사법부도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국제화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 형사 사법기관을 국제적 기준에 합당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법부도 국제적 법치주의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유고 내전의 역사 단죄와 전범에 대한 심판은 완료됐는가. 한국의 과거사 단죄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카라지치가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 측의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선고는 유고 전범 처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와 함께 현장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라트코 믈라디치에 대한 심판이 끝나면 거의 완료된다고 볼 수 있다. ICTY는 내년 말까지 모든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 전쟁 당시의 양민 학살 등 우리 현대사에서도 인도에 반한 범죄가 자행됐다. 반인도 범죄와 전쟁 범죄는 국제법적으로 시효가 없다. 그러나 국내법적으로 시효가 지난 이 같은 범죄행위를 국내에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에 와서 한국 전쟁 당시의 범죄에 대해 국제기관을 설립해 처벌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ICTY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형사사법기구의 처벌이 선례가 될 수 있으며 더 이상 고위 정치인의 반인도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도 이뤄질 것이다.

-- 카라지치 재판의 재판장으로서 24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재판의 의의는.

▲보스니아 내전의 궁극적 책임을 진 피고인에 대한 판결로 역사적, 형사법적, 국제법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

카라지치는 인종청소,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 등 11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종신형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7년간 재판 과정에서 방대한 논점이 제기됐다. 판결문 요약을 읽는 데만 약 90분이 걸릴 것이다.

-- 유엔 인권기구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국제형사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등을 ICC에 회부해 처벌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당장 처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북한 지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줄 수 있고 북한 인권을 개선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 ICTY 재판관 퇴임 후 계획은.

▲판사로 37년을 지냈다. 대학 강의 등을 통해 후배들에게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전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밀로셰비치, 카라지치 재판과 관련된 책을 펴낼 수 있을 것이다. 정치나 관직에는 관심 없다. 변호사로서 국제중재 등의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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