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서전 초청 한강 "여성성과 작가 분리된다고 느낀 적 없어"

2016. 3. 2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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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한강, 김애란 파리도서전서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 행사 프랑스 독자 100여 명 행사장 가득 메워
파리도서전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 행사에 참가한 작가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 소설가들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열린 파리도서전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소설가 한강, 오정희, 김애란. 2016.3.20 sungjinpark@yna.co.kr
파리도서전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에 참가한 작가와 독자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 여성 소설가들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열린 파리도서전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에 참가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100명에 달하는 프랑스 독자가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2016.3.20 sungjinpark@yna.co.kr
파리도서전서 책에 사인해 주는 소설가 한강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소설가 한강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열린 파리도서전에서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16.3.20 sungjinpark@yna.co.kr

오정희, 한강, 김애란 파리도서전서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 행사

프랑스 독자 100여 명 행사장 가득 메워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제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만, 작가라는 것과 분리된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한강)

"1950∼60년대 작가에 뜻을 가졌을 때 여성의 입장과 시각을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이 조건이 소설가의 바탕이 됐습니다."(오정희)

"남녀가 똑같은 기회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합의돼 빨리 다음 시기로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김애란)

오정희(69), 한강(46), 김애란(36)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 3명이 파리도서전 사흘째인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프랑스 독자들과 만나 한국의 여성 문학과 여성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60대와 40대, 30대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한국 여성 작가들에게 여성 문학은 어떤 의미인지, 또 이들 작가에게 여성과 작가는 불가분의 관계인지 질문이 던져졌다.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다"고 입을 떼었다.

한강은 "보편적인 작가와 여성 작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게 여성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만, 작가라는 것과 분리된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소설 '채식주의자'를 쓸 때는 육식 때문에 고통받고 폭력을 거부하는 사람을 그리는데 그 주인공이 반드시 여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여성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고 소개했다.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는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올해 후보작에 뽑혔다. '채식주의자'는 어릴 때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채식하게 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이다.

'저녁의 게임', '동경', '중국인 거리' 등을 쓴 60대 문단 원로인 오정희는 "내가 소설을 쓸 는 여성주의, 페미니즘 주장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때"라면서 "여성이라는 나의 조건이 소설가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차세대 여성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애란은 "딸 셋인 집에서 자라 성장기에 직접 남녀 차별을 경험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성인이 된 후 피부로 실감하게 됐다"면서 "남녀가 똑같은 기회와 권리를 가짐으로써 다음 시기로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2005년 첫 단편 소설집 '달려라 아비'로 문단에 파란을 일으키며 데뷔한 이후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등을 잇달아 펴내며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과 관련해서 프랑스어로도 번역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드러난 폭력 묘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진행자가 물었다.

한강은 "개인적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 학살 4개월 전 서울로 이사왔다"면서 "어릴 적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가져온 사진첩에서 시신과 헌혈을 위해 줄 선 사람을 본 뒤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에 관심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도 광주와 상관없지만, 인간이 폭력에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인간의 폭력은 언제나 내게 중요한 주제다"라고 덧붙였다.

김애란에게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등에서 작가가 일상에 관심을 보이고 등장인물은 사회 부조리에 질문을 던지는 듯한데 일상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따랐다.

김애란은 "소설가 데뷔를 일찍 했으며 선배 세대보다 이야기 주머니가 비어있고 가난하다는 느낌이 있다"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와 가까운 동시대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선배 소설가들은 하늘을 얘기하는데 나는 천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만 좁은 공간을 살아가는 내 또래들에게도 이야기,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 여성 작가의 좌담회에는 100명가량이나 되는 많은 프랑스 독자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일부 독자는 행사장 바닥에 앉거나 서서 한국에서 온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은 올해 파리도서전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 이들 이외에도 황석영, 김영하, 은희경, 이인성 등 작가 30명이 찾아 프랑스 독자와 만났다.

'한국 여성작가의 목소리'라는 주제의 이 행사를 기획한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문학이 남성 작가 위주로 많이 알려졌는데 여성 작가의 목소리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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