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아이들 마음의 문 열었죠"

입력 2016. 3.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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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署 학교전담경찰관 이정기 경사나도 한때 춤에 빠져 공부와 담쌓아.. 어른 눈 밖에 난 10대들 속내 이해학교폭력-왕따 예방교육 하며.. 눈높이 맞추니 페북 친구 1730명
[동아일보]
서울 강남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이정기 경사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그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형, 오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쌤, 우리 학교에는 언제 오세요?”

“고마워요. 이제 사고 안 칠게요.”

서울 강남경찰서 이정기 경사(34)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초중고교생들이 남긴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이 경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1730명. 상당수가 강남 지역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다. 이 경사가 2014년 8월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맡은 뒤 생긴 ‘인맥’이다. 11일 기자와 만난 이 경사는 “저는 아이들에게 경찰이라기보다 동네 형, 오빠에 가깝다”며 환히 웃었다.

SPO는 관내 학교를 돌며 학교폭력을 막고 소외된 아동을 돕는 일을 전담한다.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 이 경사는 “알고 보면 ‘문제아’ 취급을 받는 친구들도 본성은 나쁘지 않다”며 “공부 외에 다른 분야에서 성취감을 얻고 인정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경사는 2009년 경찰공무원 시험 합격 전까지 또래들 사이에서 유명한 ‘춤꾼’이었다. 10대 때부터 각종 댄스대회를 휩쓸었고 고교 졸업 후에는 전문 댄스팀을 꾸려 활동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그때 의경 생활을 함께 한 지인이 경찰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제안했고 1년가량 공부한 끝에 합격했다.

“한때 저도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거든요. 일탈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어른들의 눈 밖에 난 친구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 경사는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춤을 이용했다. 처음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학교 댄스동아리를 돌며 춤 수업을 하고 지난해에는 댄스대회도 열었다. 명함에는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넣었고 아이들이 즐겨 쓰는 유행어로 공감을 얻었다. 악플 같은 문제를 다룰 때도 ‘무조건 안 돼’라고 지시하지 않고 상대방 입장과 바꿔 생각하도록 이끈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극혐’(매우 혐오함), ‘존못’(정말 못생김) 같은 말이 어떤 상처를 주는지 뒤돌아보게 하는 거지요.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맞춰 전달하면 효과가 더 커요.”

한번 이 경사와 인연을 맺은 아이들은 고민거리가 있을 때면 종종 그를 찾는다. 친구가 ‘왕따’를 당한다거나 중고 물품 거래 사기를 당했을 때 해결 방법 등을 묻는 메시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에 날아든다. 그는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매우 피곤하겠지만 동생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24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저에게 ‘철없다’고 해요. 그건 그만큼 아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의 문제나 고민을 잘 들어줄 수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한 SPO 활동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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