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설치는' 여자, 홍진아씨

정혜아 기자 2016. 3.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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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여성혐오,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져"
여성혐오 반대운동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홍진아씨. © News1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안녕하세요. 홍진아입니다.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예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을 맞아 7일 오후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홍진아씨(32)는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게 자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단발머리에 살짝 화장을 한 얼굴로 밝게 인사하는 모습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홍씨는 10년 지기 윤이나씨(32)와 여성혐오 반대운동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wildblank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설치는[ ]프로젝트'를 영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개그맨 장동민이 있다. 그는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모델이자 방송인인 한혜진을 자신과 맞지 않는 여성으로 거론하며 '설치고, 말하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라는 것이다.

홍씨는 "'여자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농담투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미디어를 통해 통용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이를 인정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이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 싫다는 말의 숨은 의미는 결국 여성이 침묵하기를 바란다는 식의 여성혐오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홍씨는 "여자들이 설칠 수 있고, 떠들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를 크게 넣은 에코백을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흰색 '설치는 [에코백]'. © News1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21일 첫 회의를 한 후 28일 흰색 '설치는[에코백]' 100장을 판매하기로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40분 만에 100장 판매가 예약됐고 5월1일 추가로 100장을 20분 만에 팔았다.

홍씨는 수익의 일부를 한국여성의전화에 기부했다며 '여성폭력'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는 모든 프로젝트마다 수익금 일부를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힘쓰는 단체에 기부한다.

홍씨는 "여성폭력은 여성 또한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만연한 여성혐오는 여성이 설치지 않고 가만히 있기를 수시로 요구하고 결국 여성을 대상화하며 마지막에는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홍씨는 앞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길 바라기도 했다. 때문에 네번째 프로젝트로 만든 회색 '설치는[에코백]'의 수익금 일부는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민우회에 기부했다.

홍씨는 "동일노동을 하는 남자들에 비해 63%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며 "이에 대한 인식을 키울 수 있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동일임금에 대한 외침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홍씨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종종 우리 제품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한다. 우리가 파는 에코백이나 티셔츠, 파우치 등을 통해 여성들이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며 올해 와일드블랭크프로젝트 계획을 알렸다.

홍씨는 "이르면 이달 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며 "이를 통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성이 이 시대에서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wi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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