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한부모가정 위해 7년간 하루 천 원씩 모았죠"

2016. 3.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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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정종원·김성은 씨 부부, 사비 들여 정기 모임 운영 올해 비영리단체 설립.."기댈 곳 없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다문화 한부모가정 돕는 정종원-김성은 부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도와온 사회복지사 정종원-김성은 부부(왼쪽부터). 2010년부터 다문화 한부모가정 모임을 운영해온 부부는 올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위한 심리상담과 자원봉사 등을 펼칠 예정이다. 2016.3.5 okko@yna.co.kr photo@yna.co.kr

사회복지사 정종원·김성은 씨 부부, 사비 들여 정기 모임 운영

올해 비영리단체 설립…"기댈 곳 없는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종원(37)·김성은(32) 씨 부부가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방식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2009년 10월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는 이듬해부터 10월이면 '특별한 손님' 40여 명을 레스토랑에 초청해 저녁을 대접한다. 한국인 남편과 헤어져 홀로 자녀를 키우며 사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이 이날의 주인공이다.

식사비는 1년간 부부가 하루에 1천 원씩 모아 마련한다.

빠듯한 살림에 비싼 레스토랑은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엄마들은 이날만큼은 걱정을 털어버리고, 마음껏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들 부부는 내친김에 3년 전부터 1박2일 캠프를 열고 있다. 가족들이 좀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서로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지난달에는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위한 비영리단체 '프래밀리'(Framily·친구와 가족을 합한 신조어)를 만들었다.

정종원·김성은 씨 부부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댈 곳 없는 다문화 한부모가정에 친구 같은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부부는 각기 다른 복지재단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개인 시간을 내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만난다.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비에 지인들의 후원금을 더해 충당한다.

어린 아들(5)과 딸(4)을 둔 젊은 부부에게 버거운 일일 수 있지만 이들은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하면 힘든 줄도 모른다"며 밝게 웃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인과 외국인의 이혼 건수는 9천754건으로 10년 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해 내국인을 포함한 전체 이혼 건수에서 국제결혼 커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했다.

부부가 정기적으로 만나는 다문화가정도 모두가 이혼했거나 별거 중인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이다. 필리핀·베트남·중국·몽골 4개국 배경의 10가구, 40여 명에 이른다.

모임의 이주여성 대다수는 한국에 산 지 10년이 넘었다. 한국에서 기댈 곳은 남편밖에 없었지만 이들은 이혼을 택했다.

부부는 이들의 처지를 이렇게 전한다.

"남편의 알코올중독과 폭력 등 대부분 이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이혼 후에 이분들을 힘들게 한 것은 함께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한국에 친구나 가족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줌마들이 우리 모임에 오면 수다 떠느라 정신이 없어요."

결혼이주여성에게 이혼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고 자녀 양육의 부담도 크다.

김 씨는 "자녀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엄마가 많다"며 "엄마가 아이들보다 한국말을 못하니까 아이들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 잘 안 통하니까 갈등이 심해지기 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약 10년 전 노인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봉사단을 운영하면서 다문화가정의 현실을 접하게 됐다.

그는 "그때 만난 이주여성 대부분이 남편과 갈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도움을 구할 데도 마땅치 않고 스스로 나서기도 두려워했다"고 돌아봤다.

이들의 어려움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김 씨는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주말을 쪼개 이주여성들을 만났고, 그들의 친구가 돼줬다. 당시 김 씨와 교제 중이던 정 씨 역시 자연스레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돕는 일에 동참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또 다른 계기가 됐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이들은 가수 션과 정혜영 부부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당시 션·정혜영 부부가 무료 결혼식을 올려준다는 기사를 접한 김 씨의 어머니가 편지를 보냈고, 션이 직접 연락을 해오면서 결혼식이 이뤄진 것.

부부가 하루에 1천 원씩 모으기 시작한 것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매일 저축한다는 션·정혜영 부부를 따라서였다.

이들이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돕는 이유는 이들이 누구보다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정책은 많지만 정작 다문화 한부모가정을 위한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도움이 절실한데도 정작 도움을 받기 힘든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원·김성은 씨 부부는 올해 '프래밀리'를 통해 국적별로 모임을 정기적으로 열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주여성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50∼60대 장년층이 이주여성의 멘토가 되는 '다모아 돌보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5060세대의 사회공헌형 일자리 제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아이템이다.

아직 다문화 한부모가정에 대한 관심이 적지만 이들 부부는 "지금이 바로 이들에게 손을 내밀 때"라고 입을 모았다.

"나중에 더 큰 사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다문화 한부모가정에 가장 절실한 것은 진실한 관계예요. 기댈 곳 없는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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