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겁주려는 日우익 공격에 지지 않겠다".. 위안부 첫 보도 우에무라 前기자

2016. 2.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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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책 출간.. 가족 살해 협박 등 25년간 시달려퇴직후 日대학 교수 임용도 취소.. 3월 韓 가톨릭대 초빙교수 부임
[동아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사로 일본 우익들에게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을 다룬 책 ‘진실: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를 펴낸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번 일을 겪지 않고 대학 강단에 섰다면 저는 평범한 기자 출신의 교수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시련은 배움의 기회입니다. 일본 저널리즘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28일 오후 7시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구의 한 행사장. 마이크를 잡고 떨리던 목소리로 말하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도하며 한국 내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처음 국제사회에 알렸다.

그는 이 기사를 쓴 이후 ‘일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일본 우익의 끊임없는 협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한 이후 우익의 공세는 정점에 달했다.

2014년 고베(神戶)의 한 여대 교수로 부임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났지만 우익의 거센 항의로 임용이 취소됐다. 비상근 강사로 일하던 삿포로(札幌) 호쿠세이가쿠엔대에도 1200건이 넘는 항의 메일과 500통 이상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결국 그는 다음 달부터 한국 가톨릭대에서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그는 이 과정을 ‘진실: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라는 책으로 엮어 냈고 이날 출판기념회 겸 송별회를 열었다. 책에는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의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인터넷에는 집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딸의 사진과 함께 ‘자살할 때까지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돼 경찰차가 딸의 등·하굣길에 따라다녀야 했다. 하지만 한국인인 부인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괴로움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그를 격려했다.

산케이신문은 ‘우에무라 기자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 연행된 것처럼 잘못된 기사를 썼다’고 공격했다. 우에무라 기자는 “위안부는 강제 연행된 것이 맞다. 산케이신문은 엉터리 같은 공격을 해 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시련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져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일본의 양심 세력도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는 현재 도쿄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공격한 주간지와 필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170명의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대리인으로 나섰다. 우에무라 기자는 “나를 공격하는 이들은 역사를 바로 보려는 언론인들을 겁먹게 하려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겪은 일을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책을 낸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의 오카모토 아쓰시(岡本厚) 사장은 이날 건배사에서 최근 정권에 비판적인 TV 앵커들이 하차한 사실을 거론하며 “아베 정권은 역사수정주의적일 뿐 아니라 미디어에 대해서도 조작과 압력을 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며 “일본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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