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멀 줄 알면서도 배고파 독초 먹는다니..당연히 도와야죠"

김선미.전민규 2016. 2. 18. 01: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년째 해외아동 후원 한주연씨용돈·장애인연금 쪼개 나눔활동"앞 못보는 고통 막는 데 힘 보탤 것"
시각장애인인 한주연씨는 “작은 보탬이지만 나도 남을 돕는 데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실명될 걸 알면서도 배가 고파 독초를 캐먹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한주연(23)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엄마 뱃속에서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와서 오랫동안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고 끝내 ‘미숙아망막증’이란 병을 얻었다. 망막의 혈관이 덜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병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한 그녀가 햇수로 5년째 해외아동 후원에 나서고 있다. 몸이 아파 열 아홉살부터 다녔던 고등학교 시절엔 월 5만원의 용돈을 쪼개서,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장애인연금 중 일부를 떼어 매월 3만~3만5000원씩 꾸준히 후원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나눔을 멈출 수 없었던 건 중학교 시절,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이 눈을 멀게하는 풀까지 먹는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부터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 일인지 전 겪어봐서 잘 알아요. 혼자 길을 가다 저도 모르게 차도로 발길을 떼 자살 시도자로 오인 받기도 했죠.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식당조차 가지 못해 배고픔을 참아야 하고, 무엇보다 늘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을 볼 때…. 그런데 그 아이들은 배가 고파 이런 고통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제 작은 힘으로라도 이런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한씨는 지난해 5월 국제구호개발NGO 플랜코리아를 통해 라오스 우돔싸이 지역에 사는 남자아이 페웃(4)을 만났다. 요즘은 페웃이 보내온 편지를 읽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직접 볼 순 없지만 PDF 파일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리더기로 페웃의 마음을 읽는다. 이외에도 한씨는 틈날 때마다 남미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를 위해 찬송가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봉사활동도 한다.

 한씨는 여전히 더 큰 후원자를 꿈꾼다. “아직은 작은 도움밖에 줄 수 없지만 앞으로도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특히 학대받은 아동이나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가정위탁봉사를 꿈꿔요. 제가 그랬듯, 도움을 받고 또 돕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글=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단독] 중·러, 항모·전투기 한반도 시위 가능성

새누리 경선 격전지서 만난 박진-오세훈, 어색한 만남

김정일 떨게 한 F-22 랩터, 기체 속에 무기 감추고…

김무성 대표에게 도전장 낸 '증권계 장동건'

200만원어치 먹고 30만원 낸 세종문화회관 임원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