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00만부 판 '빅 픽처' 작가 "글쓰기는 자신감 싸움, 자기 의심 말고 훈련해야"

유한빛 기자 2016. 2. 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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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마다 꾸준히 새 작품을 발표하는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글을 쓰고 있었다. / 이진한 기자

전 세계에서 1400만부 판 베스트셀러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호기심·관찰·여행이 작품의 원천…글쓰기는 자신감 싸움, 공예처럼 계속 훈련해야”

“한국의 청년들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던데, 당신도 그런가요? 따로 사나요? 그럼 누구와 살고 있죠?”

서양인은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적어도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활달한 걸음걸이로 인터뷰 장소로 들어온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61)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그의 신작을 끝까지 읽었는지, 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주인공을 보며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잇달아 물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작가와의 ‘대화’ 같은 분위기가 됐다.

“저는 호기심이 많습니다. 작가는 언제나 궁금해 하고, 질문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주인공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죠.”

케네디는 1994년 처음 발표한 소설 ‘데드 하트(The dead heart)’로 단번에 인기 소설가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작은 ‘빅 픽처(1997)’ ‘행복의 추구(2001)’ ‘위험한 관계(2003)’ ‘템테이션(2006)’ ‘모멘트(2011)’ 등이다. 이중 ‘빅 픽처’와 ‘파리 5구의 여인(2007)’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전 세계에서 팔린 그의 책은 모두 합하면 1400만부나 된다.

국내에선 2010년 우리말로 출간된 ‘빅 픽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꿈인 사진가가 아닌, 잘 나가는 변호사로 살아가던 주인공 벤. 아내 베스의 외도를 목격하고 불륜 상대인 사진가 게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면서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범죄를 숨기고 게리의 신분을 훔친 벤은 시골 마을로 달아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소소하게 시작한 사진 작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진짜 정체가 발각될 위험에 빠진다.

국내에 출간된 케네디의 소설은 ‘빅 픽처’를 포함해 모두 10권이고, 누적 판매량은 143만부다. 1만부만 팔려도 흥행했다는 평을 받는 국내 소설시장에서도 그는 인기 작가다.

결말까지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대표적인 ‘페이지 터너(page turner)’ 작가인 그가 열두 번째 소설 ‘비트레이얼(The heat of betrayal)’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전작 ‘파이브 데이즈(2013)’ 출간 기념으로 처음 방한한 이후 근 3년 만이다.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호주 시드니에 머물다 온 탓에 서울이 너무 춥게 느껴진다며, 그는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저는 흥미진진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항상 여행을 떠나죠. 게다가 여행은 그 자체로도 이야기 거리가 됩니다. 다양한 것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기 때문이죠.”

그는 1년 내내 여행 중이다. 미국 뉴욕과 메인, 캐나다 몬트리올,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을 오가며 생활한다. 여행 경험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이민자의 시선으로 파리를 그려낸 ‘파리 5구의 여인’, 통일되기 전 독일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모멘트’, 모로코에서 벌어진 모험을 다룬 ‘비트레이얼’까지.

―신작 ‘비트레이얼’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게 되셨나요?

“저는 모험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로코의 항구 도시인 카사블랑카의 풍경은 아주 이국적이었고 건축물들도 매력적이었죠. 그러다가 연인 관계에 대한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상대방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있을까. 저는 연인이라도 서로에 대해서 완전히는 알 수 없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

―여주인공인 ‘로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리빙 더 월드’의 제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의 한나, ‘모멘트’의 페트라를 비롯해 여성 인물이 자주 화자로 등장하는군요.

“제 어머니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분이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며 항상 푸념하셨죠. 어린 아이가 듣기 힘든 말들이었어요. 게다가 아주 예민한 분이었기 때문에, 늘 어머니의 감정 상태를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죠. 성격이 가지각색인 여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요. 그런 경험이 등장인물을 구상하는데 반영되곤 합니다.”

―전작의 주인공들은 소설가, 사진가, 시나리오 작가 등 주로 예술가였는데, 이번 주인공은 회계사인데요.

“몇 년 전에 만난 지인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37, 38세쯤인 여성이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며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녀는 (아버지 감으로) 그다지 적당하지 않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를 만났죠. 이런 생각을 가진 여주인공이 회계사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면 어떻게 할까’가 아닌 ‘이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구상했어요. 회계는 아주 이성적이고 확실한 숫자를 다루는 일이죠. 회계사라면 모든 걸 계획하고 준비하는 이성적인 성격이지 않을까? 그런데 여행지인 모로코의 상황은 점점 비합리적으로 변합니다. 이성적인 인간이 비이성적인 상황에 놓이는 건 재앙이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등장인물을 구상하시나요?

“저는 언제나 그 인물의 어린시절에 대해 상상합니다. ‘로빈’의 경우를 볼까요. 어머니는 아주 차갑고 이성적인 반면, 아버지는 무책임하고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로빈은 딱 자기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죠.

남편의 어두운 비밀에 대한 증거가 널려 있는데도 로빈은 남편을 구하러 뛰어듭니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남편과 아버지를 동일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망쳤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죠.”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배우자와 갈등을 겪습니다. 작품에서 불륜이나 이혼 같은 부부 문제, 연인 간의 다툼과 결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연인 간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아마 모든 인간이 관심을 가질 주제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을 찾고 있지만, 완벽한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각자 짐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는 겁니다. 모든 결혼과 연인 관계는 각각 하나의 나라 같습니다. 커플마다 그들만의 법과 규칙이 따로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결혼생활은 그저 미스터리이고, 둘 사이의 진실을 남들은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게다가 등장인물 대부분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거나, 위험한 유혹을 받거나, 불행을 겪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 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삶은 쉽지 않습니다. 실직을 하거나 아프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하는 많은 어려움이 생깁니다. 게다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은 불안정한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슬퍼하지만,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그저 불행해 합니다.

자녀가 셋인 저의 대학 동료의 예를 들어볼까요. 손위 두 아이와 비교해 그녀의 막내 아이는 언제나 골칫거리였는데, 결국 스물여덟에 헤로인 남용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무섭고 끔찍한 일이죠. 큰 비극이지만, 제 동료는 꿋꿋하게 삶을 살아갔어요.

반면, 아내가 불륜에 빠진 걸 알고 거의 미친 듯이 화를 낸 친구도 있습니다. 아내를 위협하고 술을 마셨죠. 그야말로 분노에 찼거든요. 결국 그 친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회사에서 잘렸어요.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거죠.”

―작가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습니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독자를 위한 겁니다. 완전히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재미 있으면서도, 독자들 스스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작가로서 저의 개인적인 목표인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작품마다 장르나 주인공을 색다르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가 지망생에게 소설 쓰기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글쓰기는 자신감 싸움(confidence trick)이예요.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을 믿지 못하고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계속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공예와 비슷합니다. 글을 쓰려면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도 다음 작품을 집필했고, 인터뷰를 마치면 제 호텔 방에서 다시 글을 쓸 겁니다.”

내년 초 출간될 케네디의 열세 번째 작품은 1970~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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