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人이 존경받는 사회 만들어야죠"

박돈규 기자 2016. 1. 19.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평재단' 10억 출연한 김학순] 21일 전쟁기념관에서 창립식.. '연평해전' 흥행수익 사회에 환원 "애국심은 희생 기억해야 싹터"

"영화 '연평해전' 제작에 써달라는 국민 후원금이 모일 때부터 궁리한 일입니다.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잖아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난해 '연평해전'으로 604만 관객을 모은 김학순(58) 감독이 영화 수익금 중 10억원을 출연해 연평재단을 창립한다. 그가 이사장을 맡는 연평재단은 오는 21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창립식을 열고 제2연평해전 유가족에게 2억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국가보훈처에서는 '대기업에 취지 설명하고 도움을 받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먼저 시작하고 나서 찾아다니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며 "목숨 바쳐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군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생활 지원보다는 군(軍)에 대한 의식 전환을 이끌고 싶습니다. 재단 이름에 나타나듯이 출발은 연평해전이에요. 해군을 포함해 모든 군인, 나아가 미국처럼 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사람들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

'연평해전'은 "대~한민국!"으로 붉게 물들었던 2002년 6월에 NLL(북방한계선)을 사수한 참수리 357호의 이야기다. 돈이 부족해 촬영이 여러 번 중단되며 표류했던 이 영화는 국민 성금으로 목적지에 닿았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개인과 단체 이름 7000여 개가 담겨 있다. 관객은 "늦게라도 애도하며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사회적인 반향도 컸다. 여섯 용사는 합동묘역에 안장됐다.

비영리재단인 연평재단은 제2연평해전 유가족에 대한 지원금 전달로 첫 사업을 시작한다. 다음 달 23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14주년 추모 음악회 '영웅'을 연다. 김 감독은 "큰 충격을 받은 357호 생존 장병에 대해서도 심리치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해군장학재단에도 1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이에요. 제작 중에 힘겨운 일이 많았지만 지난해 '연평해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포함해 여러 가지 놀라운 일을 겪었습니다. '잘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보게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고, 영화의 사회적 힘과 책임감에 대해 새삼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큰 관심을 받은 건 사회에 진 빚이니 갚아나가야지요."

'연평해전' 관련 강연을 할 때마다 최인훈 소설 '광장'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오죽하면 주인공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택했겠느냐"며 "'헬조선'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요즘 우리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 세대가 뿌리 내리고 자부심 가질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서울대 몇 명 보내고 대통령 배출한 걸 자랑할 게 아니에요. 미국은 작은 마을도 해마다 6·25나 베트남전,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엽니다. 애국심은 기억하고 응답하면서 싹트는 것 같아요."

그는 아덴만 여명 작전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고 천안함에 대한 영화도 언젠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좌파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았지만 그들을 이길 방법은 영화를 잘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며 "연평재단 같은 기부 문화가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