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땐 하고 싶은 것 해라" .. 숙제 없앤 교장선생님

김호 2016. 1. 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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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석 광주광역시 태봉초 교장교내 독서·체육·영어 캠프 마련학생 자율활동에 학부모도 만족"어린시절 중요한 건 꿈과 추억"
4일 태봉초등학교 학생들이 방학 프로그램의 하나인 원어민 영어캠프 시간에 문두석 교장과 함께 파스타 면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29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태봉초등학교. 겨울 방학을 맞아 교문을 빠져나오는 학생들의 얼굴이 유난히 밝았다. 모든 초등학생들의 고민거리인 방학 숙제가 없기 때문이다. 들뜬 표정의 2학년 김하진(8)양은 “여름 방학에는 엄마·아빠·동생과 지리산 캠핑을 갔는데 이번 겨울 방학에도 가족과 여행을 갈 거예요. 벌써부터 마음이 너무 설레요”라고 말했다.

 일기·독후감·만들기·그리기·체험학습·보충학습 등.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주어지는 방학 숙제지만 태봉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이런 부담이 없다. 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기 중에 못 했던 취미나 특기 활동을 하면 된다. 물론 이것도 스스로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다.

 이 학교의 방학 숙제를 없앤 주인공은 문두석(62) 교장이다. 그는 1975년 목포교육대를 졸업한 뒤 77년 교사로 임용돼 40년째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2014년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문 교장은 그해 여름 방학을 앞두고 “방학 숙제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전 근무지인 광주 서일초등학교 교장 시절인 2012년부터 시작한 실험이다.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문 교장은 “숙제 때문에 즐거워야 할 방학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보고 없애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학 숙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어린 시절에 자신의 꿈을 찾고 가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장은 숙제 대신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관심 분야 활동을 하도록 적극 유도했다.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진로·직업 캠프, 만들기 프로그램을 담은 독서 캠프,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체육 활동, 원어민과 함께 하는 영어 캠프 등 교내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각 프로그램의 강사진으로 전문 강사와 함께 학부모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게 했다. 방학 기간 학생들이 학부모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도록 하려는 배려였다.

 학생들도 각자 취향에 맞춰 방학 기간에 할 일을 스스로 정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매일 시간을 정해 줄넘기와 달리기를 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플루트 연주를 배웠다. 캠핑 등 가족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처음에 학부모들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 아이의 성적이 뒤처지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학부모들도 점차 만족도가 높아졌다. 반신반의했던 교직원들도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교장은 자유로운 방학을 아이들에게 더 많이 선사하고 싶어한다.

 “다른 학교들도 방학 기간에 놀 권리를 보장해줘 아이들이 자신도 몰랐던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인생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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