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째 '아너'.. 노신사가 천사였다
1억원 이상 거액을 기부(寄附)한 사람들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1000번째 회원이 탄생했다. 노인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대한노인회 이심(76·李沁)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본보기를 보여야죠. 노인들이 '부양 대상'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우리 사회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어요."
이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관에서 열린 아너 소사이어티 1000호 회원 가입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회원이 300만명 있는 대한노인회의 회장이 우리나라 기부 역사에 남을 1000번째 고액 기부자가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개인 기부 활성화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든 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노인 1000만 시대 도래하는데…
"열심히 돈 벌어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하는 노인 많지요. 자식에게 물려주려다가 자식들 사이에 싸움만 일으키고…. 이러다가 '저 노인 불쌍한 노인'이란 말 듣게 되는 거예요."
이 회장은 노인 1000만 시대를 앞두고, 노인들도 무조건 사회에 기대려 하기보다 책임지고 기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노인이란 말이 나쁜 말이 아닌데, 이를 듣기 싫어하는 것은 허리 꼬부라지고 지팡이 짚은 이미지만 떠올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노인 스스로 '나눔을 통해 존경받는 노인'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니어'란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도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이 회장은 한 구두 회사 임원을 거쳐, 2005년 노년시대신문을 발행하면서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2010년 노인회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됐다.
이 회장은 노인회 일을 하면서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고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식이 찾지 않아 우울증이 심했던 한 노인은 수면제를 60알이나 모아뒀어요. 그런데 노인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말동무 해주고 반찬도 해주는 '노노(老老) 케어'를 한 거예요. 자리를 보전하던 분이 떨치고 일어나자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 더 기뻐하더라고요."
이 회장의 기부에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주자는 뜻도 담겼다. 그가 기부한 돈은 미래 세대 육성 사업과 노인 의료 취약 계층 지원 사업에 절반씩 쓰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요즘 길거리 걷다 보면 일자리가 없어선지 우울해 보이는 청년이 많더라"며 "노인회장의 기부 소식이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이답게 용기, 패기를 갖고 개척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했다.
◇8년 만에 1000호 아너
아너 소사이어티 1000호는 2007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아너 소사이어티를 결성한 지 8년 만에 탄생했다. 기업인 회원이 전체 45.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공무원, 연예인, 익명 기부자 등 다양한 사람이 동참했다. 누적 금액은 29일 현재 1087억원에 이른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00호 탄생은 한국에서 고액 모금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기부 선진국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더 큰 기부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나눔은 모든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행복의 열쇠'와 같다"며 "누구든 이 열쇠를 꺼내기만 하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 사랑의 온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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