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패션계 놀라게 한 한국 '유니섹스룩'

박현영.최승식 2015. 12. 2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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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디자인 어워드' 톱8 정이녹씨옷이 좋아 대학 대신 SADI 진학유학 경험없이 글로벌 무대서 두각"캐릭터 강한 디자이너 되고 싶다"
‘H&M 디자인 어워드’ 파이널에 오른 정이녹씨가 결승 무대에서 선보인 재킷(오른쪽)은 기괴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모피 대신 인모를 사용했다. 입고 있는 스웨터도 눈물을 추상화한 출품작이다. [최승식 기자]

“아주 독창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에 감동받았습니다.” “유니섹스적 감각이 마음에 들어요.” “자신의 철학을 옷으로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H&M 디자인 어워드 2016’ 파이널리스트 심사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이 한국인 예비 디자이너 정이녹(22)씨에게 보낸 찬사다. 심사위원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올리비에 루스텡, 영화배우 케이트 보스워스,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 등 쟁쟁한 패션계 명사들이 맡았다.

 ‘H&M 디자인 어워드’는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국제적으로 재능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해마다 여는 디자인 경진대회다. 세계 19개국에 있는 디자인학교 40곳의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생에게만 지원자격을 주다 보니 경쟁의 수준이 높다. 올해로 5회째인 이번 대회 우승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졸업생인 하나 진킨스에게 돌아갔지만 심사위원들이 “파이널리스트 8명의 패션에 대한 역량이 정말 대단해서 우승자를 가리기 무척 어려웠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내년 2월 SADI(삼성디자인예술학교) 졸업 예정인 정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녹색 짐승’을 읽고 영감을 얻어 상처받은 소년의 외로움을 주제로 한 의상 4벌을 발표했다. 런던 현지에서 유명 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해 미니 패션쇼를 선보였다.

 정씨는 유학을 다녀오지 않고 서울 염광고를 거쳐 국내에서만 공부했다. 국내 토종 디자이너 지망생이 미국 파슨스, 영국 RCA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 벨기에 엔트워프 등 패션 명문 대학 출신들과 경쟁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데에는 당찬 인생 설계가 뒷받침됐다.

 20일 만난 정씨는 “옷이 좋아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뒤 학위보다는 실무에 강하고 싶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디자인전문기관을 택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마이너한 취향이 오히려 창작을 위한 컨텐트를 쌓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고전 프랑스·독일 영화를 좋아했던터라 더빙이나 자막 없이 원어로 영화를 봐야했다. 좋아하는 소설은 영어로 읽었다. 이렇게 익힌 외국어 실력이 이번 최종 심사에서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디자이너의 철학과 주제의식을 설명하고 어떻게 옷으로 표현했는지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다”며 “패션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글로벌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여자이면서도 남자 옷에 더 끌렸고, 그래서 남성복을 자주 입고 다녔던 마이너 취향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성별 구분이 모호한 유니섹스 룩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는 “내 옷이나 브랜드를 생각하면 특정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로 캐릭터가 강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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