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잃고 시작한 기부, 새아이 성년까지 하려고요"
엄상현·박보라씨 부부, '이른둥이·소년소녀가장 돕기' 기부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첫 아이를 잃고 기부를 시작해 새 아이를 얻고나서도 계속 남을 돕는 '아름다운' 부부가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3년 전 의료과실로 첫 아이 탱이(태명)를 낳은 지 8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엄상현(39)·박보라(35) 씨 부부는 애끊는 슬픔을 기부로 승화시켰다.
병원 측이 의료과실을 인정해 건넨 합의금을 다른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쓰자고 뜻을 모은 것.
박씨는 2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사실 합의하고 싶지 않았는데 부부끼리 서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가 안타까워 합의를 해줬다"며 "반갑지 않은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다른 어린이를 위해 기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을 기부처로 정하고, 2013년 6월 이른둥이(미숙아)를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프로그램에 500만원을 쾌척했다.
미숙아로 태어나 보살핌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탱이처럼 부모 곁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난해 9월 새 아이 태연 양을 얻은 부부는 올해 1월 다시 아름다운재단에 1천만원을 내놓았다.
이번 기부는 딸을 낳느라 고생한 박씨에게 엄씨가 준 선물이었다. 엄씨는 아내의 이름을 딴 '박보라사랑기금'을 개설하고 소년소녀가장 주거비를 지원했다.
태연 양이 돌을 맞은 올해 9월에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딸의 이름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박씨는 "돌잔치를 하면 선물을 많이 받지만, 정작 딸을 위한 선물이 없는 게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딸이 어른이 될 때까지 매해 생일에 기부를 하고 스무살 생일 때 인증서를 모아 선물하고 싶다"며 "그때가 되면 '네가 지금까지 꾸준히 선행을 했으니 앞으로도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생활 속 작은 기부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아름다운재단이 이른둥이 가정을 초청해 크리스마스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스케치북·낱말카드·포스터 등 교육용 미술교구 80세트를 내놨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작품을 바자에서 판 수익금을 신촌세브란스병원 어린이재단에 기부하는 '스케치 인 러브'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박씨는 "어린이는 연약하고 소중한 존재여서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기부 계획을 남편과 세워뒀다"고 환하게 웃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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