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 인재경매 '유태형 팝니다' 마감.."행복한 고민중"

윤준호 기자 2015. 12.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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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사진='유태형 팝니다' 홈페이지

# 지원서를 넣고 뽑아주길 기다리는 통상적인 구직활동에 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이 틀을 깨고 나섰다. 되레 자신을 경매에 부치고, 채용하길 원하는 기업은 입찰에 참여하라고 주문한다. 무모해 보였던 역발상에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 갖는 기업이 하나둘 늘었다. 그사이 주인공 유태형씨(28)도 덩달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유씨가 지난달 말 시작한 인재경매 프로젝트 '유태형 팝니다'는 18일 정오 마감됐다. 입찰에 공개적으로 응모한 기업은 7개. 비공개적으로 참여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15개 안팎이다. 그중 한 기업은 유씨에게 지급할 연봉으로 최대 1억원까지 제시했다.

유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1년치 근무'를 경매물로 내놨다. 아울러 최소 입찰금액으로는 연봉 2000만원을 내걸었다. 본인을 채용하고 싶은 기업은 연봉과 근무조건부터 복지혜택·기업비전 등 내용을 담아 입찰에 참여하라고 공고했다. 지원과 합불 통보라는 취업 상식을 깬 역(逆) 구직활동인 셈이다.

새로운 발상이 나오기까지 유씨도 여느 취준생처럼 숱하게 쓴맛을 봤다. 20대 초반부터 자잘하게 벌여왔던 사업이 잇따라 망하면서 뒤늦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남들 앞에 내놓을 만한 이렇다 할 스펙 하나 없어서다. 구직에 번번이 실패하는 사이 나이는 찼고, 절망감은 계속해 늘어났다.

틀을 깨는 데는 주변 취준생들 영향이 컸다. 유씨는 "어느날 한 친구가 '이번에도 취업에 실패했다. 좌절감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고 한 말을 듣고 같은 처지에 놓인 취준생으로서 용기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시작한 게 바로 '유태형 팝니다'란 인재경매 프로젝트다"고 설명했다.

유태형씨(28)/ 사진=독자 제공

이어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란 획일화 된 양식에서는 학점 등 수치화된 정보만 갖고 기업이 평가할 수 밖에 없다"며 "내가 무엇을 해왔고, 어떤 일에 강점과 자신이 있는 지 스스로를 경매에 내놔 팔아보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취준생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는 취지도 있지만 유씨의 최종 목표는 역시 취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아 다른 일을 벌이려는 의도는 없다. 또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이지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앞서가는 인재도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제 남은 건 선택하는 일이다. 유씨는 "최종 후보로 2~3개 정도 기업을 놓고 행복한 고민중"이라며 "연봉도, 기업문화도, 일과 삶의 균형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를 떠나 내 가치를 알아봐 준 기업이 있음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고 밝혔다.

또 "자칫 남아있는 취준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아닌 '너만 잘났냐'는 쓴소리를 들을까 걱정"이라며 "잘난 것 하나 없는 나도 여기까지 왔다면 다른 취준생들에게는 분명 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준호 기자 hi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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