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부담감, 힘들지만 다시 도전해야죠"

임소형 입력 2015. 12. 17.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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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심장, 엔진 연소기 성능시험 미완

고정환(왼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최환석 연소기팀장이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 전시된 실물 크기의 75톤 엔진용 연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신상순기자 ssshin@hankookilbo.comssshin@hankookilbo.com(mailto:ssshin@hankookilbo.com)

최근 항공우주업계와 과학계의 관심은 2017년 시험발사를 위해 우주로 올라갈 한국형 발사체의 심장인 75톤 엔진 연소기의 성능시험에 집중됐다. 그러나 15일 저녁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시험은 기대와 달리 아쉽게도 미완으로 끝났다. 해묵은 기술 문제인 ‘불안정 현상’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예정대로 5초 동안 타올랐지만 진동과 압력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이대로 엔진에 조립하면 우주로 올라가지 못하고 폭발할 수 있다. 최환석 연소기팀장은 “원인을 찾아 수정해 이르면 다음주 연소시험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소기는 연료를 태워 우주로 올라가는 동력을 만들어주는 발사체의 핵심 설비다. 이번 시험은 엔진에 장착될 연소기의 첫 ‘수락연소시험’으로 이를 통과하면 다른 부품들과 함께 실제 발사용 엔진으로 조립될 예정이었다.

연소불안정 현상은 1930년대에 발견됐지만 우주선진국들도 여태껏 해결하지 못했다. 75톤 엔진의 연소기는 초당 240㎏의 연료를 태워야 한다. 200리터 드럼통에 담긴 연료를 1초 만에 태워 없애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연소실 고유의 주파수와 연소현상 자체 주파수가 순간 맞아떨어지며 압력과 진동이 갑자기 커지는 연소불안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최 팀장은 “불안정 현상이 심하면 개당 15억원짜리 연소기가 망가질 수 있어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지난 8월 시험 발사체 제작 준비에 들어가며 본 궤도에 올랐다. 2017년 75톤 엔진 1기를 실은 시험 발사체를 쏘아 국산 엔진의 성능을 검증한 다음 2020년 한국형 발사체로 달 탐사에 도전하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개발자들은 빠듯한 일정 때문에 부담이 크다. 고 본부장은 “불안정 현상을 잡기 위해 연소기를 여러 가지로 설계했다”며 “수백번 반복 시험으로 안정성이 가장 좋은 최적 연소기를 찾아 엔진에 장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환(오른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최환석 연소기팀장이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 전시된 우주발사체 엔진 모형을 만져보고 있다. 대전=신상순기자 ssshin@hankookilbo.com

연소불안정 외에 국내 산업계에 우주기술 기반이 거의 없는 점도 개발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발사체에 필요한 부품의 제작공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소재도 부족하다. 고 본부장은 “같이 개발하던 기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갑자기 빠지면 새로운 업체를 찾아 다시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호소했다.

대전=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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