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잊지 않아야 '좋은 나라' 만들 수 있죠"

고경석 2015. 12. 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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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나쁜 나라' 김진열 감독

영화 '나쁜 나라'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느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유가족과 힘을 합쳐 나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제목에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국가와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게는 좌절하고 분노하며 ‘나쁜 나라’라고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함께해준 시민들에게서 힘을 얻어 ‘좋은 나라’ 만들자는 말도 하니까요.”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의 김진열(41) 감독은 1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려면 3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는 한 유가족의 말처럼 김 감독은 “가족과 시민이 멀리 내다보고 한발자국씩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4ㆍ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험난한 과정을 다룬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가족들이 애써온 1년의 기록이다. 한두 명 인물을 주인공 삼아 이끌어가는 대신 여러 유가족의 얼굴과 목소리를 다양하게 전한다. 김 감독은 “유가족들이 소외감 없이 더욱 단단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4ㆍ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의 요청으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했다. 서울과 안산, 진도 팽목항에서 동시 촬영해야 해 정일건, 이수정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영화는 세 감독이 촬영한 500시간 이상의 분량을 117분으로 압축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두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 영화를 외면했다. 첫날 전국 상영관은 19개였다. 스크린 수의 큰 변동 없이 매일 평균 6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14일까지 누적관객수 7,806명을 기록했다.

영화에서 유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비를 맞으며 안산에서 서울까지 거리 행진을 한다. 간절한 마음을 담은 서신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고 청와대로 가려다 경찰 저지를 당하고 눈물을 터트리기도 한다. 김 감독은 “국회 앞 단식 때는 이틀, 사흘씩 함께 노숙하며 현장을 취재했다”며 “유민 아버님(김영오씨)이 쓰러지기 직전에는 저를 비롯해 취재진도 모두 힘들었던 때”라고 회고했다.

한 유가족은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 후 피해자를 철저히 외면하는 ‘나쁜 나라’를 겪으며 “세상을 모르고 살았다고 아이들이 가르쳐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유가족들과 함께 저도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봤습니다.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던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어느 순간 정치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봤으니까요. 정치란 게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싶었죠. 정치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건 결국 시민들이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영화를 유가족에게 처음 공개한 날 연출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유족들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우리가 참 많은 걸 했구나. 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구나” “우리가 경험한 이 나라는 영화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나라였다” 등 여러 반응을 들었다.

“이 영화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김 감독은 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청문회에 대해 “새로운 것이 밝혀지리라는 기대보다 특조위 첫 활동이라는 의미”라며 “청문회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를)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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