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쓰레기더미서 건져낸 이웃사랑' 중구청 김용화 반장

손대선 2015. 12. 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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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 마련한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46) 반장. (사진 = 중구 제공) photo@newsis.com

위생원 간식비 쓸 요량으로 쓰레기 재활용 작업 시작
일반쓰레기 분류 통해 2011년부터 2년간 800만원 모아
어려운 이웃돕자 제안에 동료들 호응…6년간 2542만원 기부
김반장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이웃에 힘이 된다면 보람"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구청에서 궂은 일을 하는 이들이 한푼 두푼 모아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거액 기부 못지 않은 값진 기부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서울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46) 반장. 그는 1992년 기능직 9급 공무원으로 중구청에 발을 들여놓았다. 구청 본관 바닥 청소가 그가 맡은 일이다.

남들은 곤히 잠들어 있을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본관 3층에 쌓인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화장실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김 반장을 비롯한 구청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와 청사 내벽 먼지 및 얼룩 제거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 나머지 시간을 쪼개 쓰레기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재활용품을 처분해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약 10여만원.

당초 이 돈은 위생원들의 간식비로 쓰였다. 위생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었다. 김 반장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재활용 작업을 벌여도 대기실에서 타 마실 커피를 살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2010년부터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마음먹었다. "분리한 재활용품을 팔아도 액수가 적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시세가 높아지면서 잘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재활용 봉투에서 분리 수거하는 작업만도 벅찬데 일반쓰레기까지 분류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동료들이 "안 그래도 힘들고 바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불평했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돈도 더 벌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구청살림에 보탬이 됐다. 꼼꼼한 분리수거 덕에 연간 700여만원이던 중구청의 종량제쓰레기 봉투 구입비용이 크게 줄었다. 또한 한달에 1톤도 안 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2톤 가까이 나왔다. 쓰레기 재분리 수거작업을 통해 1석2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재활용을 처리하면서 들어오는 돈이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모았다. 2011년까지 2년 동안 800만원이 모아졌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이쯤되면 돈 욕심이 날만하다. 씀씀이가 커지는 연말에 골고루 나눠 가질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김 반장은 "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푼이라도 받지만 아예 돈을 못 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돈을 주자"고 제안했다.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2월 따뜻한 겨울 보내기 모금 행사때 이 800만원을 기탁했다. 그 후 2012년 585만원, 2013년 500만원, 지난해 350만원 등 해마다 기부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선행은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해 예년보다는 못하지만 힘들게 모은 360만원을 '2016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모금 행사때 아낌없이 기탁했다.

6년동안 이들이 기탁한 금액만 2541만6000원에 달한다.

김 반장은 "가끔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일할 때 느끼는 설움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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