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송곳, 노동운동 확산의 불씨 됐으면.."

안아람 2015. 11.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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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고신 실제 모델 하종강 교수

웹툰 ‘송곳’에 나오는 구고신 노동상담소장의 실제 모델인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가 2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송곳’에서 그려진 우리 노동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이제는 모여서 노동법 공부했다고 끌려가서 고문당하지는 않잖아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사회의 걸림돌로 취급 받던 노동자들이 피 흘려가며 이룩한 겁니다.”

2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만난 하종강(60)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그의 이 말은 최근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에도 똑같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도와 노조를 조직하고 노동상담을 하는 구고신 노동상담소장이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다. 하 교수는 “지인이 이 대사를 보고 ‘하 선생님 말과 너무 똑같아서 소름 끼쳤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송곳’은 2008년 10월 최 작가와 하 교수가 만나면서 구상이 시작됐다. 극중 구고신 소장은 노조를 조직해 사측과 싸우는 주인공에게 노동계의 실상을 보여주고 투쟁 방향에 대해 조언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 바로 하 교수다. 인하대 74학번인 그는 군부독재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다 감옥에 다녀온 후 노동 운동으로 전환해 30여년간 노동상담 및 교육을 해 왔다. 그럼에도 하 교수는 “작가와 자주 만나서 제 모습이나 말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구고신은 많은 노동 운동가들의 모습이 버무려진 것”이라고 쑥스러워했다.

노동 문제가 등한시되는 우리 사회에서 ‘송곳’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하 교수는 “일반 직장인과 전형적 육체노동자들이 뒤섞여 있는 마트를 배경으로 해 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공감하는 것 같다”며 “‘송곳’에 나오는 이야기는 특별한 일부가 아닌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그리고 내가 겪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노동 문제가 대중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지만 앞으로는 노동 운동 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근무평가에 따라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제가 도입되면,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저평가자에 포함돼 노조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조 조직율은 1989년 19.8%를 기록한 뒤 현재는 10% 내외로 하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정규직마저 늘어나 노동 운동은 더욱 힘든 환경을 맞게 됐다고 하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우리나라 신규 취업자의 80%가 비정규직”이라며 “비정규직이 노조에 가입하면 사측에서 계약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아 해고되는 것과 다름 없는데 누가 노조에 가입하겠냐”고 되물었다.

이처럼 어려워진 환경이지만 ‘송곳’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서 그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노예제도를 철폐하는데 200년 걸렸듯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웹툰 ‘송곳’이 작은 불씨가 돼서 노동 운동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mailto: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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