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대사법 100년 만에 첫 한·일 사시 동시합격자 탄생

이범준 기자 2015. 11. 21. 13: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두 나라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나왔다. 일본에서 1923년 사법시험이 도입된 이후 거의 100년 만이다. 한국 변호사나 일본 변호사 가운데 미국 로스쿨 단기과정(LL.M)에 유학해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예는 많지만, 합격자가 1500명 안팎에 불과한 두 나라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주간경향>이 일본 법조계 취재를 거쳐 확인한 주인공은 2015년도 제57회 한국 사법시험에서 최종합격한 조우상씨(29)다. 조씨는 2005년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9년 게이오대학 법학부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공부해 보고 싶었고, 어린 나이였지만 세상 많은 일들이 법과 관련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은 2004년 법과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해 2006년부터 신사법시험을 치르고 있다. 조씨는 2011년 도쿄대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신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금까지 한국 유학생 가운데 일본 로스쿨에 진학해 신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7명 정도. 이 가운데 조씨가 유일하게 한국 사법시험에 응시했고 5년 만에 합격했다.

“도쿄대 로스쿨에 입학하면서부터 한국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응시자격인 법학과목 35학점은 사이버대학에서 이수했고요. 한국 시험이 더 어려웠습니다. 학문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시험에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일본에서는 문제점을 파악해서 포인트만 쓰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일반론과 문제점을 모두 쓰도록 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사법시험에서 동시 합격한 조우상씨 /이상훈 선임기자
지금까지 일본 변호사 가운데 한국법에 정통하다거나, 한국 변호사 가운데 일본법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두 나라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없기 때문에 사건을 처리하려면 상대방 나라 변호사의 손을 빌려야 했다. 조씨는 한·일 두 나라 법정에 들어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앞으로 두 나라의 변호사 자격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당장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일단은 두 나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생각하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검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조씨는 내년 2월 병역을 위해 사병으로 입소한다. 법무관 임용이 가능한 나이를 넘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마치면 일본 사법연수소와 한국의 사법연수원을 차례로 마쳐야 한다. 일본은 로스쿨을 나와도 사법연수소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졸업시험을 거친다.

조씨는 한국에서 사법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로스쿨은 불공정 시비가 적습니다. 입학전형부터 법학시험을 치르는 2년 코스와 그렇지 않은 3년 코스 두 가지입니다. 학점과 면접으로 3년 코스에 합격해도 신사법시험에서 경쟁합니다. 합격 순위가 고스란히 공개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나라에 200~300명 수준이라도 사법시험을 남겨야 합니다.”

한국 로스쿨은 사실상 면접이 당락을 가른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60%를 넘지만 성적은 비공개여서, 입학 이후 노력이 가시적인 차이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5년 일본 신사법시험 합격률은 23.08%이다. 한국의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는 최근 위헌 결정을 받았다. 한편 지난 11월 18일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 1600명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로스쿨은 국제감각과 전문지식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라고 주장하며 사법시험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했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내년 2월 사법시험이 마지막이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