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하늘의 '베테랑', 서울경찰청 항공대 헬기 3총사

김민중 기자 입력 2015. 11. 1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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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 헬기운항팀 박노원 경감 팀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피플]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 헬기운항팀 박노원 경감 팀]

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의 박노원 경감, 남현철 경사, 조기장 경위. /사진=이기범 기자

2007년 어느날. 울릉도에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다. 헬기에 태워 육지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끼는 등 날씨가 나빴다. 가시거리가 최소 적정치인 1마일(약 1.6㎞)의 반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대부분 헬기들이 "못 뜬다"며 손사래를 쳤다. 환자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지만, 무리하게 헬기를 띄우라고 강요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한 경찰 헬기가 홀로 비행에 나섰다. 독도 경비 실태에 대한 점검 임무를 수행한 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 중인 시점이었다. 악천후를 고려하면 조종간을 잡지 말아야 했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심근경색 환자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울릉도로 향했다. 결국 이 헬기는 환자를 강릉의 전문병원으로 옮겼고, 소중한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쓴 비행은 조종사의 담력에 기댄 게 아니었다. 악천후 속에서도 누구나 안전한 비행을 기대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이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 헬기운항팀이 그 주인공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1일 서울 김포공항을 찾아 항공대에서 3교대로 근무를 이어가는 3개 운항팀 중 한 팀인 박노원 경감(60·운항팀장), 조기장 경위(56·운항담당), 남현철 경사(33·항공기관사)를 만났다.

박 경감의 팀은 자타공인 한국 최고 수준의 비행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박 경감과 조 경위는 조직 내에서도 엄지를 치켜드는 베테랑 조종사다. 비행 경력이 이날 기준으로 각각 39년(7623시간), 35년(3871시간)에 달하며, 그간 단 한 번의 사고도 내지 않았다. VIP들이 마음 놓고 박 경감 팀의 헬기에 몸을 싣는 이유다.

최고의 조종사가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박 경감과 조 경위는 "그저 일을 즐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조 경위는 헬기를 몰며 찍은 성산 일출봉 사진을 보여준 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면서 일하는 건 큰 행복이다.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 건강 관리와 헬기 안전 관리에 신경을 썼고, 그 덕분에 무사고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경감은 "다시 태어나도 경찰헬기 조종사라는 직업을 택할 것"이라며 자신의 책무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그는 "환자를 이송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며 "경찰특공대를 수송하거나 중요 범죄자를 추적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때도 좋다"고 했다.

하늘 높이서 교통 법규 위반 등을 단속하는 것 역시 운항팀의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한반도 방방곡곡을 40여년 가까이 내려다 본 박 경감은 날이 갈수록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비행을 하며 시민의식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점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 경사도 "2010년을 기준으로 고속도로에서 갓길이나 버스전용차로로 얌체운전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종일 한 건도 단속하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다만 시민들이 흔히 인명 구조나 긴급 환자 수송 업무를 소방 등 다른 기관의 고유 업무로 생각하는 것은 못내 아쉬운 점이다. 박 경감은 "경찰 역시 경찰헬기와 산악경찰 등 분야에서 관련 업무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적극 활용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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