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발레리나, 춤으로 말해드려요"

2015. 11.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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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아내, 엄지온 엄마' 윤혜진, 12월 8일 3년만에 무대 복귀공연
[동아일보]
3년 만에 무용수로 복귀하는 윤혜진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온이 엄마가 아니라 발레리나 윤혜진으로 사람들 앞에 섭니다.”

캐릭터가 강한 연기로 무용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윤 포스’로 불리던 윤혜진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35)가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그는 2012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과 배우 엄태웅과의 결혼, 출산 등으로 공백기를 가졌다.

그는 다음 달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송년 레퍼토리 ‘춤이 말하다 2015’에 출연한다. 매년 전석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리즈는 짧은 강연과 공연이 어우러지는 ‘렉처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그는 ‘무엇이 나를 춤추게 하는가’를 주제로 15분간 무용수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춤을 선보인다.

6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매일 노력해 왔다”며 “무용수가 아닌 엄마나 아내로서 안주해 버릴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무용수로 복귀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사연을 언급했다.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가 끝난 뒤 스스로 바라본 몸은 평생 처음 보는 몸이었어요. 무용수는 1kg만 늘어도 동작 하나 하기가 힘들 정도로 몸의 변화에 예민한데 9kg이나 늘었어요. 무용을 해야겠다는 의지로 일단 무조건 굶었죠. 임신 전의 몸무게로 돌린 뒤부터 근력운동과 발레 연습에 매달렸죠.”

그는 지난해 2월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 취임식 날 무작정 찾아가 발레 클래스에 참여하고 싶다고 부탁해 강 단장의 허락을 받았다. 꾸준하게 연습하던 중 몇 달 뒤 윤혜진에게 기회가 왔다. 그해 10월 초연되는 국립발레단 신작 ‘봄의 제전’의 주역으로 캐스팅된 것.

하지만 그는 작품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포기했다. “당시 아버지(원로 영화배우 윤일봉)가 전립샘암 말기(3기) 판정을 받았어요. 걱정이 돼 매일 ‘대성통곡’하며 살아 춤에 집중할 수가 없었죠. 솔로 공연도 아니고 국립발레단 신작 공연인데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려놓았죠.”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다시 기회를 잡은 그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춤이 말하다’에서 출산을 경험한 무용수로서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많은 무용수들이 무대에 복귀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출산을 미루기도 합니다. 이번 공연에선 제가 왜 무대를 갈구했는지 들려주고, 후배들에게 아이를 낳고도 무대에 복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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