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쇼팽, 한없이 슬프게 들렸으면 좋겠어요"

김경은 기자 2015. 11.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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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쇼팽: 전주곡집' 낸 피아니스트 임동혁] "조성진, 테니스로 치면 페더러"

"'까칠하다'는 이미지가 저는 억울했어요. 저만큼 사람 좋아하고, 남에게 잘 기대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나이 들면서 궁상맞아진 건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코털도 하얗게 나더라고요(웃음). 예전 같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만큼 방방 뛰었을 일도 지금은 부드럽게 받아들인다고 친구들은 말해요. 다 그렇죠 뭐."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임동민과 함께 한국인 최초로 공동 3위에 올랐던 임동혁(31)이 지난 2일 새 앨범 '쇼팽: 전주곡집'을 냈다. 쇼팽의 '24개의 전주곡'과 '자장가 작품 57'을 비롯해 피아니스트를 괴롭히는 난곡(難曲)인 '뱃노래 작품 60'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화려한 변주곡 작품 12' 등 쇼팽으로 전곡을 채웠다. 지난 3월 런던 헨리우드 홀에서 녹음했다.

7년 전 바흐를 녹음하며 바로크 작곡가 탐구에 몰두했던 그이기에 다음 앨범에선 좀 더 무거운 작품을 파고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거꾸로 낭만적인 쇼팽으로 돌아왔다. 자타공인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3일 간담회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도 치고 싶지만 앨범에선 내가 제일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화려한 연주 스타일이 쇼팽과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가 또 억울해했다. "임동민은 진중하고, 임동혁은 날뛴다고 하는데 추구하는 건 똑같아요. 저는 어떡하면 애절하게, '찐'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죠. 요즘 들어선 좀 더 깨질 것 같이 연약하게 연주해요. 베토벤처럼 쇼팽도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가 더 낫더라고요."

시간은 나이 듦과 더불어 제법 넓어진 마음을 그에게 준 듯했다. "템포는 확연히 느려졌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음악이 한없이 슬프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펑펑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듯 내 음악이 누굴 울릴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기쁨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배 조성진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남자끼리 술 마실 때 하는 얘기는 뻔하다"며 그가 씩 웃었다. "지난 5월 파리에서 이 앨범 데모를 같이 들었고, 성진이가 라벨 '라 발스'를 저한테 쳐주며 조언도 구했어요. 뭐라고 말해줬느냐고요? '정말 잘 치는데 뭐, 밥이나 먹으러 가자' 했죠, 하하!" 그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평가할 위치는 아니다"면서 "다만 성진이는 테니스로 치면 로저 페더러 같다. 모든 요소를 알맞게 잘 갖추고 있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아티스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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