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왕 변호사 "장애인 사회참여도, 편의시설-배려 정도에 달려"

2015. 11.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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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왕 첫 시각장애인 변호사, 장애인 인식개선 강연
[동아일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가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법관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똑같은 장애를 갖고 있어도 사회 환경에 따라 장애인의 사회 참여 정도가 달라져요.”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37·변호사시험 1기)는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가진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연’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과정에서 겪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2004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다가 점차 시력이 나빠져 학업을 포기했다. 지인에게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기는데, 법조인이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로스쿨에 도전했다.

시험 준비에 나선 그는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주관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문자를 소리로 바꿔 주는 음성형 컴퓨터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문제지나 글자가 큰 확대 문제지만 제공됐는데, 그는 시각장애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점자를 빠르게 읽지 못했다. 협의회는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서울북부지법 최영 판사의 사례가 있었기에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영어 시험인 텝스(TEPS)도 같은 방식으로 치르기 위해 주최 측에 음성형 컴퓨터 사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변호사는 “텝스 시험은 듣기평가만 풀고 독해는 다 찍을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서울대 로스쿨 사회적 약자 전형에선 영어 성적을 필수요건으로 두지 않아 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만약 법학적성시험을 음성형 컴퓨터로 치르지 못했거나, 로스쿨에서 영어 성적을 필수로 요구했다면 변호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새로 만들었던 기표대 얘기도 꺼냈다. 새 기표대는 기존 기표대가 폭이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들어가 투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폭이 넓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표용 받침대가 휠체어 오른쪽에 있어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기표해야 했다. 김 변호사는 이 기표대가 상체를 틀지 못하거나 오른손 혹은 양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은 혼자 투표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해 디자인 개선을 이끌어냈다.

김 변호사는 “양손을 못 쓰는 한 장애인이 이전 기표대에선 발로 투표를 했는데, 새로 바뀐 기표대에선 혼자 기표를 못 하게 됐다”며 “장애인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기표대 환경에 따라 능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강의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까지 전국 11개 법원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에 관한 강연을 이어간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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