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 "다문화 '해밀학교' 전면 무상교육하겠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2015. 11. 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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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운영비 4억원..학비에 급식·기숙사비도 안 받아"부모들 생활형편 어려워 결단.."후원자 기부로 충당"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가수 인순이씨(본명 김인순·59)가 2년 전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의 마을 공동체험시설을 임대해 설립한 기숙형 대안학교인 ‘해밀학교’(경향신문 2013년 4월12일자 13면 보도)에 무상교육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다문화가정 케어·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평소 염원해왔던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거위의 꿈’을 이룬 그가 급식비와 기숙사비 등 최소한의 실비마저 받지 않는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에 있는 ‘해밀학교’를 찾은 가수 인순이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학교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해밀학교를 방문한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인순이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심 끝에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한 배경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수업료는 면제해줬으나 다문화가정 부모 등이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식을 기른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 급식비와 기숙사비 등으로 월 25만~30만원가량을 받아 왔다”며 “하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이마저도 버거워하는 부모들이 많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해밀학교에서 받아 온 실비는 다른 일반 대안학교의 납입금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인순이씨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한 부모가 ‘겨울철에 일이 없어 돈을 내기 힘드니 10만원씩이라도 조금씩 모아 나중에 꼭 갚겠다’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다문화가정의 자녀 등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도 입국자, 탈북자 자녀 등 15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해밀학교의 연간 운영비는 4억여원에 이른다. 학생 1인당 매달 200만원가량의 교육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이 중 50~60%가량을 해밀학교 이사장인 인순이씨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기 후원자들이 내는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인순이씨는 “인근 폐교인 용수분교를 매입해 오는 2017년까지 건물 신·증축을 마치고, 학년당 20명씩 정원 60명의 중등과정 정식 인가학교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재정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 자신부터 더 열심히 뛰면 학교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 정식 인가학교를 만들기 위한 비용은 18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자치단체의 건축비 보조금 6억원 등을 제외하면 12억원가량을 학교 측이 부담해야 한다. 인순이씨는 해밀학교 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쪼개 최근 9차례에 걸쳐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나눔 음악회’를 개최했다.

그는 “오는 2020년쯤 국내 청소년의 20%가량을 다문화가정 출신이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미력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투자에 물꼬를 트는 작은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밀학교는 오는 12월4일까지 서류 전향과 면접을 통해 내년도 신입생 20명을 모집한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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