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야학 터줏대감 "공부하러 왔다 인생을 배웠죠"

2015. 11. 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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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학 장애인 야학 '노들' 간사.."장애인도 일반학교서 함께 공부하는 날 꿈꾼다"

김명학 장애인 야학 '노들' 간사…"장애인도 일반학교서 함께 공부하는 날 꿈꾼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배움이 너무 즐거워 학생으로, 간사로 20년 동안 학교에 다녔습니다. 목적은 검정고시 통과였지만 돌아보니 이곳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야학인 '노들'의 김명학(57) 상임 간사는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노들과 함께 한 지난 20년 세월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어릴 적 질병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은 김 간사는 1995년 30대 후반의 나이에 검정고시를 통과하려고 노들에 와 공부를 시작했고,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배우는 것이 너무 즐거워 학교에 계속 다녔다는 그는 2013년부터는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간사는 "노들이 광진구의 장애인 복지관 정립회관에 있을 때 같은 건물에 있던 정립전자에서 일해 처음 노들을 알게 됐다"며 "초등학교 과정부터 시작해 검정고시를 통과했는데 교사마다 가르치는 내용도 다르고 배움이 끝이 없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과정인 '한소리반' 수업을 계속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까막눈이던 장애인들이 3, 4년 만에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듯 한글을 더듬더듬 읽게 되는 것을 보며 충격받았다"며 "몇 년간 그런 장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이래서 '야학이, 배움이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노들 야학은 서울 중심가인 종로구 대학로에 있다.

월세가 매우 비싸지만 장애인 관련 시설들이 대부분 잘 보이지 않는 변두리에 숨어 있는 것에 반해 서울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장애인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는 데 김 간사는 늘 자부심을 느낀다.

김 간사는 "야학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유독 많네'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작은 시설들에 가면 장애인들이 더 많이 있다"며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잘 나가지 않으니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 간사는 세상이 나아졌지만, 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나아진 것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중증장애인은 전체의 50%가 채 되지 않는다고 김 간사는 전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인 노들도 통로와 교실이 너무 좁아 전동 휠체어 여러 대가 들어오면 꽉 찬다.

김 간사는 장애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3년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각종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종로구청을 찾아 중증장애인자립생활정책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를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촉구했고, 이달 중순 구청장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

노들을 사랑하지만 장애인들이 야학이 아닌 일반 학교에서 평범하게 공부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 그의 꿈이다.

김 간사는 "지역 사회가 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수용해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한 장애인들은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며 "중증장애인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밝은 빛 아래 살아갈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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