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들 짜장면 먹고 힘내래이"
"아들들아, 끌그루마(손수레) 후딱 가꼬 온나! 독수리 5자매 떴다이~"
8일 아침 경기 파주 육군 1사단 수색대대 식당 앞에서 밀가루 포대를 멘 박판숙(54)씨가 외쳤다. 전국 어디건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대구에서 차 한 대에 '아줌마' 다섯이 타고 온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 '독수리 5자매'다. '오감(五感)봉사단' 단원들이다. 박씨는 "우리 아들들에게 짜장면 먹이려고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했다. 1사단은 지난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하재헌(21)·김정원(23) 하사가 근무한 부대로, 개성공단 출입로와 도라전망대,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지킨다. 식당을 나서면 시야에 바로 북한 쪽 깃발이 들어올 정도다.
이날은 전국에서 봉사단원 23명이 모였다. 봉사단은 3년 전부터 매달 군부대나 장애인·독거노인 시설을 찾아가 식사를 대접한다. 이곳 1사단엔 작년에도 세 번 와서 점심을 차렸다. 김영진 단장은 "작년에 만났던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다 다친 모습을 보며 정말 가슴 아팠다"며 "그럴수록 사기를 높여주고 싶어 일부러 또 찾아왔다"고 했다.
점심을 먹을 부대원은 500명.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했다. "취사병이지만 짜장면 직접 만들기는 처음"이라던 심찬식 상병이 장화를 벗었다. "어머님들, 이게 군대식입니다." 그가 맨발에 비닐 씌우고 고무 대야에서 밀가루 반죽을 밟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취사병들과 봉사단원들이 힘을 합쳐 만든 반죽으로 1000인분 면을 뽑았다.
식사 시간, 검게 그을린 장병들이 까맣게 몰려들었다. 봉사단은 팀을 나눠 한쪽에선 쉴 새 없이 면을 삶고, 배식대에선 짜장면을 퍼줬다. 다들 짜장면을 싹싹 비우면서 배식판 바닥 긁는 소리가 점심시간 내내 울렸다. 조한결 하사는 "통조림으로 나오는 군대 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빈 식판을 새로 채워갔다. 지뢰 사고를 당한 하재헌 하사와 같은 팀이었던 이혁(25) 중사도 보였다. 그는 하 하사가 입원한 병원에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재헌이가 '괜찮다. 잘 치료해서 복귀할 테니 잘 지내달라'면서 오히려 우릴 위로하더군요. 이 악물고 열심히 나라 지키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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